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설이 꾸준히 나왔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만간 이란 출장을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진 뒤 대선 경쟁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퇴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총리 후보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7일 총리실과 외교부 쪽 취재를 종합하면, 정 총리의 이란 출장은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케미호와 선장 석방을 둘러싼 양국 정부 간 협의가 끝난 것을 계기로 추진된 것이다. 이란 쪽 요구가 반영된 출장이지만, 정 총리 자신의 방문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전임 이낙연 총리가 문 대통령과 함께 활발한 ‘투톱 외교’를 펼친 반면 정 총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동안 외교적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아직 구체적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1월 취임한 정 총리로서는 첫 국외 출장이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인 정세균’ 입장에서 존재감 부각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정 총리의 사퇴 시점은 “이란 출장 직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변수도 많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의 개각 진행 상황 등 변수가 많아 사퇴 시점을 확정짓지 못했다”면서도 “애초 사퇴 시점으로 계획했던 4월 말~5월 초를 많이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총리는 후임 총리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등을 거쳐 인준을 받기 전에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조심스레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임기 말에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마무리할 ‘관리형’ 인물이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총리가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겸임해야 하는 팬데믹 상황이다. 행정 경험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원혜영 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부터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 등 경제 전문가까지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김 전 장관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초대 행안부 장관을 지내 국정 이해도가 높고 전임 총리들과 달리 영남 출신이어서 ‘지역 안배’ 측면에서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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