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날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던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전제로 내세우자 국민의힘은 “사면을 안 하겠다는 말”이라며 반발했다. 야권 일각에서 ‘억울한 옥살이’라는 표현까지 하며 두 전직 대통령을 두둔하자, ‘적반하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상한 얘기를 했다. 정치적인 재판에서, 두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런 사건에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사면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사면을 정략적으로 사용한다든지, 사면으로 장난을 쳐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4선인 김기현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전직 대통령 두분을 놓고 이게 무슨 장난감처럼 이렇게 취급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조건부 사면론’을 공격하면서 대통령을 겨냥했다. 사면권이 대통령 권한이니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주장이다.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면이란 게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해 사면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한발 더 나아가 ‘억울한 옥살이론’을 꺼내 들었다. 이 상임고문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당사자들은 지금 ‘그동안 2년, 3년 걸쳐서 감옥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억울한 정치보복으로 잡혀갔는데 지금 (사면을) 내주려면 곱게 내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 이런 입장 아닌가”라며 “사면하는 사람이 내가 칼자루를 잡았다고 너 반성해라, 사과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역대 어떤 정권도 그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대통령도 사면권을 발동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것은 시중 잡범들이나 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사흘 전 ‘사면론’이 나온 직후엔 진의를 탐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여권 인사들이 두 전직 대통령의 ‘억울함’을 직설적으로 주장하자 비판이 터져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전두환 사면은 가장 큰 피해자인 디제이(DJ)가 국민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고, 그 결단에 국민이 동의한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에게 한마디 반성도 없이 사면 운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재오 고문의 발언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다”고 맞받았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정이 있어 잡범이 된 시민들의 삶을 통째로 비난하는 발언”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는 시중 잡범의 범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오연서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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