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 구도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이 많고 편치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을 향해 각각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 “자숙하는 게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정 총리는 또 조만간 두 차례로 나눠 소폭 개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로 취임 300일을 맞은 정 총리는 10일 오후 세종시 세종공관에서 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갈등 상황이 불거진 추 장관과 윤 총장을 겨냥해 “나름대로 경륜이 있는 분들이니까 국민을 걱정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시겠지 기다렸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관련해 총리의 역할을 묻자, 두 사람에게 쓴소리를 하며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먼저 윤 총장을 향해 “검찰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좀 자숙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의) 가족이나 측근이 어떤 의혹을,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 장관에 대해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고 있다. 그 점은 평가를 한다”면서도 “그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두 사람에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고위 공직자의 직무수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총리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 이후에도 두 사람의 갈등이 계속되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개 경고’를 던진 것이다.

이날 정 총리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검찰의 이런 개입이 공직사회가 최선을 다해서 적극 행정을 펼치려는 데 찬물을 끼얹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며 “감사원장과 만나 적극 행정을 함께 권장하기로 합의까지 해놓은 상태인데, 검찰의 그런 개입이 조금은 공직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판단돼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조만간 부처 장관 등을 바꾸는 개각이 있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 총리는 개각과 관련해 “가변적인 것이다보니 상황을 봐야겠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개각은 작게 두 차례 나눠할 것”이라고 했다. 개각 시점이 ’연말 또는 연초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정 총리는 “그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최근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현행 기준인 ‘종목당 10억원 보유’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총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 데 대해선 “앞으로 2년 뒤면 어차피 과세를 좀 더 폭넓게 하는 쪽으로 제도가 개편될 예정이다. 지금 투자자들이 쌍수를 들어 반대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 여당, 청와대가) 묘책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중인데 아직은 도달하지 못한 상태”라며 “매매는 급등하다 안정되는 듯 보이지만 전세 물량 부족이 상당히 심각하다. 투기 수요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억제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국민의 삶이 어느 때보다 힘들다. 코로나 위기 극복, 민생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위기를 한꺼번에 맞는 상황에 총리를 맡고 있는데 책임이 얼마나 막중하겠느냐”며 “그 일을 감당하는 게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정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언급하며 “미국 국민이 조 바이든을 선택한 시대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통합과 포용이다. 미국민들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하는 조 바이든을 선택했다”며 “그런 부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도 크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