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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유승민 “수도권·중도·청년 외면해 자멸…선거 조작설 그만하라”

등록 2020-04-24 07:48수정 2020-04-24 15:43

“요즘 청년은 자유·시장 가치에 공감 못해”
“당 대표가 극우 유튜버 초청, 그들 주장에 부하뇌동”
극우 유튜버 개표 조작설에 “그만 좀 하라” 질타
“변하지 않으면, 보수정당 소멸할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문 열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이 모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지난해 국회에서 신당의 정식이름으로 확정한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박민상 젊은부대변인, 이예슬 젊은부대변인,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이 모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지난해 국회에서 신당의 정식이름으로 확정한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박민상 젊은부대변인, 이예슬 젊은부대변인,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4·15 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향해 “수도권·중도층·젊은층을 분석해 그분들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 열쇠가 있다고 본다”며 당의 외연 확장과 개혁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23일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미래통합당의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수도권·중도층·젊은층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는데, 이들을 방치하고 이들에게 외면받은 것이 누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의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해 “자멸이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유승민 의원이 정치적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의원은 “(통합당과의) 합당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가지 이야기한 것은 ‘개혁보수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었는데, 기존 자유한국당 분들은 말로만 ‘혁신하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유 의원은 지난 2016년 말,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혀 탄핵 물꼬를 튼 바 있다. 이후 2017년 초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그해 대선 후보로 나와 4위(6.76%, 220만표)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로도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꾀했으나, 당의 지지세가 확장되지 않았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월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유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이 합당해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게 됐다. 그는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통합 조건으로 ‘보수재건 3원칙’을 요구한 바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 보수로 나아갈 것, 그리고 새로운 집을 지을 것’ 등이다. 그러나 이후 선거과정에서 미래통합당의 모습은 개혁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유 의원은 선거 막판이 되어서야 지지연설에 나서는 등 당 지도부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보수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입만 열면 ‘자유, 시장경제’를 말한다. 요즘 젊은 층을 붙잡고 (자유·시장경제를) 물어보면 감동이 없다”며 “공정, 차별 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변화하기에는 (통합 이후 총선까지) 기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그는 황교안 전 대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당 대표가 그 사람들(극우 유튜버들)을 초청해 행사를 하고,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 사람들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게 하나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낡은 보수’ 주장에 끌려가는 모습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청년 우파 유튜버들을 자유한국당 당사로 불러 ‘<채널 공감-국민속으로> 청년 유튜버, 세상과 통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황 전 대표가 청와대 앞과 국회에서 삭발 단식투쟁을 할 당시에는 우파 유튜버들이 실시간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총선 이후 ‘사전선거 조작설’을 유포하는 극우 유튜버들을 향해 “그만 좀 해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팩트와 증거를 갖고 해야 하는데, 그 정도를 갖고 사전투표 부정선거 증거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다”며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의혹에 통합당이 자꾸 흔들리면 안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후, 일부 선거구의 사전투표 결과 득표율 수치가 똑같다는 이유를 들며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 의원은 “강성 보수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싶은데, 우리는 이대로 가면 또 진다”며 “대선이 2년도 안 남았는데, 이기려면 우리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절하게 반성하고, 왜 졌는지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다(라는), 이런 각오를 갖고 반성·성찰하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이번에도 비상대책위원회에 맡기고 변하지 않는다면, 보수정당은 소멸할 것”이라며 “통합당 구성원이 다 모여 교황을 선출할 때처럼 한 두 달이 걸리더라도 당의 새로운 노선, 가치, 자세, 태도, 인물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며 “그것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그분이 건전한 중도보수에 동의하면 저희가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에게 외연 확장이 중요한데 안 대표든 누구든 문재인 정권이나 민주당이 하는 정치와 달리 새로운 보수의 정치에 뜻이 맞는다면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2월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올들어 각각 새로운보수당과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나뉘어졌다. 이후 유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미래통합당에 합류했고,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통해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해, 이번 총선에서 3명의 비례후보를 배출했다. 국민의당은 현재, 미래통합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보수개혁을 표방하는 유승민계 의원 중 당선자는 유 의원이 새로운보수당 시절 직접 영입한 김웅(서울 송파갑) 후보를 비롯해,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강대식(대구 동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류성걸(대구 동갑),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 등 7명이다. 이혜훈(서울 동대문을), 오신환(서울 관악을), 지상욱(서울 중·성동을), 구상찬(서울 강서갑), 이준석(서울 노원병), 진수희(서울 중·성동갑), 김성동(서울 마포을), 김용태(경기 광명을), 박정하(강원 원주갑) 후보 등은 낙선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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