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에 개설된 학부모 모임 ‘내 자식을 볼모로 잡지 마라’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옥심 대표(맨 오른쪽)가 “사학 법인이 신입생 배정 거부를 철회했지만 아직도 불안감을 씻을 수 없다”며 “더는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 ,대상 좁히고 시기 늦출 듯 …종교재단 빼 비판여론도
정부가 사학재단들에 대한 합동감사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감사 범위와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합동감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확전’은 경계하는 눈치다.
‘고삐 조이기 수위 조절’=정부와 열린우리당은 8일에 이어 9일도 합동감사를 공언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날보다 한결 누그러졌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9일 당정협의를 열어, 사학비리 척결이 국민적 요구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비리사학에 대한 지속적인 감사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경 열린우리당 ‘학생학습권 수호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종교재단이 설립해 직접 운영하는 사학은 이미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는 등 대부분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만큼, 자칫 비리사학의 오명을 쓰지 않도록 감사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교육부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이날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회의 뒤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감사 대상을 최소한으로 엄선해 철저하게 감사를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대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는 “각 지역 사정을 감안해 시·도 교육감들이 감사 대상과 시기,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해, 각 지역 교육감에게 재량권을 줄 것임도 시사했다.
이날 열린 시·도 교육감 회의에서도 ‘수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왔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일로 건전 사학이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회의에서 될수록 감사 대상을 축소하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교육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감사 시기도 좀 늦추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감사 어떻게 진행될까=감사를 받게 될 학교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교육부는 “그동안 민원이 제기된 학교 등 비리 혐의가 포착된 학교로 범위를 좁혀서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들춰내기식 전방위 감사는 하지 않을 뜻을 확인한 것이다. 감사는 중·고교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 시·도 교육청이 벌이되, 교육부와 감사원의 감사 인력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당정 협의에서 종교재단의 사학은 감사 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이번 감사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김행수 사무국장은 “종교계 학교라고 해서 특별히 나을 것이 없는데도 종교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감사에서 성역을 두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국사립중고교 법인협의회가 밝히는 감사 거부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다. 김 부총리는 “만일 실제로 감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취해 정부의 감사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이날 각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수사전담반을 두어 두 달 동안 학교 운영비리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인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 수사·정보과장 회의를 소집하고 “1~2월에 학교운영 비리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겠다”며 △학교 운영자금 유용 △교사 채용 대가 금품수수 △급식·교육기자재 납품비리 등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조용기 사학법인연합회 회장과 김하주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회장이 제주지역 5개 사립학교 교장들에게 신입생 배정 거부를 종용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임석규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