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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전국적 접전지 속출..총선이 지역주의 부활 아닌 이유

등록 2020-04-17 05:00수정 2020-04-17 17:36

[대담] 4·15 총선 분석 : 서복경-윤태곤-성한용
“전국으로 퍼진 경합지…언제든 정치지형 바뀔 수 있다”
‘범민주 180석 압승, 21대 국회에 주어진 과제는?’ 대담이 16일 낮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김진철 사회자,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범민주 180석 압승, 21대 국회에 주어진 과제는?’ 대담이 16일 낮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김진철 사회자,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전체 의석의 60%를 확보했다. 전례가 없는 압승이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조차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한겨레>는 16일 낮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과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와 함께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은 총선 결과가 ‘지역주의의 강화가 아닌 약화’라며 소음 속에서 신호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대담 영상은 <한겨레TV> 유튜브(https://youtu.be/5ripOmkODgE)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서복경 미래통합당의 패배는 보수 유권자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통합당은 리더십과 국정 운영 능력이 전무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재난지원금 문제를 둘러싼 혼선에서 이 무능이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처음에는 돈을 뿌리면 안 된다고 했다가, 황교안 대표가 다시 하자고 했다가, 김종인 위원장이 더 많이 주자고 말이 계속 바뀌었다. 이 사태를 해석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코로나 확산은 전세계적 현상인데 중국인 입국 금지 이야기만 계속 떠들었다. 문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거나 보수 복원을 바라는 유권자들조차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윤태곤 미래통합당이 자유한국당보다 나아진 것은 있었다. 강성 친박을 제거했고, 박형준 위원장과 유승민 의원, 김종인 위원장이 합류했다. 하지만 내적 역량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차명진 막말이었다. 차명진 막말이 알려지고 방송이 나가기 전에 즉각 제명 조치를 했으면 ‘차명진 막말해 제명’ 이렇게 기사가 나갔을 텐데, 그러지 못했고 차명진이 오히려 신이 나서 발언들을 더 많이 했다. 그래서 다시 제명한다고 했는데 선거 앞두고 법원에서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기사가 계속 나왔다. 전형적으로 당이 관리 능력이 없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줬다.

성한용 차명진 막말은 간단한 사건이 아니었다. 차명진 후보는 아스팔트 보수, 극우 쪽을 대변하는 분이다. 세월호를 이야기했더니 후원금이 더 들어오고, 그 돈을 천안함 유족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차명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통합당 홈페이지에서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통합당이 극우, 아스팔트 보수와 결별하기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통합당 패배의) 본질은 이 부분이다.

윤태곤 투표율이 높았던 것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에는 투표소에 오는 것을 조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치 무관심층 조차도 1월말부터 매일 질병관리본부 브리핑 등 정부와 보건당국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지방자치단체의 확진자 동선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니, 공적 영역이 나하고 딱 붙어있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다. 투표 안하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고, 이런 사람들은 여당에 표를 던졌을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해 많은 지자체장이 있었던 것도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한용 행동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투표 효능감이 선관위 설문조사를 보면 올라가 있다. 코로나19가 역할을 했다.

서복경 정치효능감이 올라가는 추세를 가속화시킨 것은 촛불이었다. 우리가 광장으로 나갔더니 대통령이 해임되더라 이것을 봤다. 이 효과가 코로나 국면에서 대통령 교체 뿐만 아니라 공공영역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윤태곤 지역구 개표 결과로 보면 부산은 야당이 압승했고, 인천은 여당이 압승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의 접전지역이었다. 100표, 1000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이 많다. 유권자들이 한쪽으로 쏠렸다기보다 51 대 49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서복경 춘천은 이번에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통합당 계열이 아닌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화 이후를 보면 부산·경남이 여야 경쟁지역이 됐고, 2016년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호남도 언제든 경쟁지역화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춘천은 이런 변화에도 가장 경쟁 강도가 낮은 곳이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여야 경쟁지역이 아닌 곳이 없다는 것을 춘천이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윤태곤 영호남으로 나뉜 선거 결과를 두고 지역구도가 다시 뚜렷해졌다고 하는데 틀렸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30%대까지 올라갔다. 20년 전의 지역감정은 정말 적대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게 없다.

성한용 서울 사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이번 사전투표에서 아들이 미래통합당을 찍었다는 말을 듣고 몹시 씁쓸했다고 하더라. 수도권에서는 세대가 내려가면서 연고지역주의가 뚜렷하게 옅어지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윤태곤 여권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의석을 가져본 사례는 과거에 두번 있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 3당 합당,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와 합쳐 180석 정도를 가졌을 때다. 그런데 그때는 계파 연합이었다. 한나라당은 친이와 친박이 견제와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강성 친문이냐 연성 친문이냐는 차이뿐이어서 단일 계파정당에 가깝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성한용 민주당도 당장은 기분이 좋겠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한 교섭단체가 막으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다.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지만 법안 통과에 300일 이상 걸린다. 여당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가지다. 승자의 아량으로 통합당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정 상설협의체 제안처럼 말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번 4+1 연합처럼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방법이다. 문 대통령이 전자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총선에서 승리를 안겨준 국민의 뜻이다.

서복경 저도 걱정이 되는게 그 부분이다. 당 지도부도 자기들이 벼랑 끝에 서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어마어마한 힘을 줬으니까 내일부터 결과가 안나온다고 엄청난 추궁할 것이다. 여론 부담 속에서 중심 잡기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시민의 기대는 당연한 면이 있지만 집권당은 일의 우선순위를 잡아서 일이 되게 만드는 게 역할이다. 일부 핵심 지지자들의 온라인 여론에포획되지 않아야 한다.

성한용 다행인건 이번에 열린민주당의 득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너무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로 합리적인 판단을 보여줬다. 민주당 지지층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윤태곤 나는 비관적으로 본다. 지지층들은 공공의 적이 있을때는 요구 수준을 낮추지만 이제는 박근혜도 없고, 이명박, 황교안도 없다.

서복경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1기 민주주의는 끝났다는 느낌이다. 어느 나라나 민주주의를 구분할 때는 정당 체제를 가지고 한다. 그동안의 선거는 통합당 계열 정당이 집권당이 되거나 될 뻔한 선거였다. 그런데 최근 네차례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속 승리를 했다. 정당 시스템의 축이 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을 기준으로 좌우가 나뉠 수 있다. 민주당의 왼쪽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정의당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심상정, 노회찬은 1997년 국민승리21부터 시작한 진보정당 1세대다. 그래서 세대교체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다. 다음 선거도 1세대를 가지고 치를 수는 없다. 정의당이 그 공간을 채울 수 있을지는 정의당의 능력에 달렸다.

윤태곤 세대교체로 말하면, 민생당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이끌었던 세대가 이번에 한꺼번에 빠지게 됐다. 사람으로 보면 20세기에 국회에 들어와 남은 사람은 두명뿐이다. 민주당의 김민석 당선자가 15대 때 33살의 나이로 국회에 등원했다가 이번에 다시 들어왔고, 홍준표 의원도 1996년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다.

서복경 새롭게 바뀔 국회는 이번에 코로나 국면에 가려 있지만 종부세 등 조세정책이나 부동산정책, 거시경제 관련 지뢰밭을 지나야 한다. 그게 막 터져 나올 것이다. 180석을 확보한 여당이 진보적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은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그 당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공약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바를 지켜주면 좋겠다.

윤태곤 코로나 사태로 청와대가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 깃발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공수처 말고 뭘 했는지 이야기해보면 사실 생각나는 게 없다. 노무현 대통령 때를 생각해보면 하반기에 한-미 에프티에이(FTA·자유무역협정)라는 전략과 방향이 있었다. 청와대가 뭘 하겠다는 깃발이 있어야 좋은 의미로 (여당의) 동원도 가능하고, 야당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성한용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위기 등 한반도 평화 관리를 통해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코로나 상황을 거친 국민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문 대통령의 능력을 재평가했다. 정직과 성실함이다. 코로나 사태로 학생들이 학교에도 못 가는 상황이다. 극복해야 할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진행 김진철 기자, 정리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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