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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회 묶인 ‘방역 최전선’ 의사 확충, 이번엔 반대 뚫을 수 있나

등록 2020-03-03 10:48수정 2020-03-03 11:22

코로나19로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확인
공공보건 의료기관 비율 OECD 10분의 1
인구 1천명당 의사 수 OECD 68% 불과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의대 정원 확대”
총선 뒤에도 5월 임시회 열 수 있는 기회
미래통합당·이익단체 반대 돌파할지 주목
국회 앞에 놓인 공공의대 설립법안 요구 팻말.
국회 앞에 놓인 공공의대 설립법안 요구 팻말.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의 도래로 의료 인력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의사 확충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병상과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하고 자가격리된 상태에 있던 확진자들이 숨지는 사고까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인력도 ‘번아웃’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염병을 막을 최전선인 국내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비율은 5.8%(224개)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8%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마저도 노인전문병원·요양원·보훈병원·정신병원 등 특수목적 치료를 위한 병원을 포함한 갯수라고 했다. 최전선이면서 최후방인 공공병원이 부족하다보니 대구·경북 지역을 지원할 자원도 충분치 않은게 현실이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공공병원 확충을 감염병 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꼽는다. 하지만 공공병원에서 근무할 의사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20대 국회에는 이미 공공의료를 맡을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는 법안으로, 의료 낙후지역에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게 아니니, 의사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됐다. 2018년 9월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커지는 와중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19일 이 법안을 의사일정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제대로 토론도 하지 못하고 소위를 끝내야했다. 자유한국당의 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김승희 미래통합당 의원 등은 이 법안을 토론하는 것도 안된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최대집 의협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최대집 의협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희 위원 “정회 요청한다고요!”

◯소위원장 기동민 “제안을 다 했고 그리고 설명이 있었으니까 위원님들의 의견을 듣는 순서를 갖겠습니다.”

◯김승희 위원 “아니, 원내수석한테 전화 좀 해 봐.”

◯소위원장 기동민 “그래서 찬반 토론을 해 주세 요. 찬성하시는 분들, 반대하시는 분들 차분하게 의견들을 토론해 주세요.”

◯김승희 위원 “빨리 수석 오라고 해.”

◯김상희 위원 “이게 지금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김승희 위원 “아니, 국회라는 것은 합의를 해 야 되는 거고 그때 옛날에, 지난번에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문제가 많다고? 그런데 원내수석끼리 합의한 사항을 갖다가 그것을 무시하고 상임위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소위원장 기동민 “토론하세요.”

◯김승희 위원 “원내수석 오시라고 그래.”

◯김순례 위원 “잠깐만 정회해 줘 봐요, 아무리 소수로 3명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소위원장 기동민 “토론하십시오.”

<중간생략> ◯인재근 위원 “그만들 하세요. 창피해.”

◯소위원장 기동민 “지금 다 속기되어서……”

◯김상희 위원 “김승희 위원, 속기록에 다 남는 거야. 부끄러운 줄 알아, 좀.”

◯김승희 위원 “알아요, 알아요. 공공의료가 불필요하다고 얘기한 적 없고, 필요합니다. 보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역의 공약으로 인해서 그것을 가지고 집어넣는, 밀어넣기는 안 맞다는 겁니다.”

◯소위원장 기동민 “그러니까 김승희 위원님, 지 금 여기서 무슨 법안을 표결해서 결정하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토론해 보겠다는 거잖아요.”

◯김승희 위원 “아니, 지금까지 우리가 어느 안 건을 갖다가…… 지금 시급한 것을 하려고 합의를 한 것을, 합의정신을 왜 위반합니까?”

◯김상희 위원 “김승희 위원, 이것을 법안소위에 올려서 우리가 토론도 못 합니까!”

◯김승희 위원 “합의정신을 왜 위반합니까!”

◯김상희 위원 “이번에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으면서 공공의료인력이 얼마나 부족한가 하는 것을 또 절감했습니다. 이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법안을 지난번에 합의 못했지만 다시 한번 안건으로 올려서 토론 하자고 하는 것이 오늘의 취지입니다.”

◯김광수 위원 “어쨌든 논의 테이블에 올려서 토론을 하는 것들은 서로 용인을 해줘야지 토론도 못 하게 막아버리는 것은 그거야 말로 정말 횡포지요. 겉으로는 공공의대라고 하는 대학 설립에 관한 법안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들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고 하는 중대한 부분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어서 그것이 지금 현재의 소위 코로나19 사태하고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김승희 의원과 김순례 의원 등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은 정치 논리를 반영해서는 안된다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38분 동안 고성을 주고받은 끝에 이 법안은 계속 심사하기로 하고 회의를 산회했다. 20대 국회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거의 끝났는데 말이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결과 발표 자료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결과 발표 자료

이미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기 전부터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주장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관련 법률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보면,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 등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할 훈련된 역학조사관이나 공중보건전문가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며 “공공의대는 필수 의료의 국가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의 우수한 의료 인력을 양성 배치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공공의료대학의 실습 병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선정해 공공의료기관의 중심으로서 역할도 갖추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의 메르스 사태나 응급도 말씀하셨고, 취약계층에 대한 여러가지 진료는 국립중앙의료원만큼 하는 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가운데)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가운데)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에 의사 정원 확대라는 ‘고양이목에 방울 걸기’에 드디어 나섰다. 의협 등의 반대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사를 늘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책이라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1일 보건의료부문 총선공약을 발표하면서 의대정원을 확대해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전담인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현재 인구 1000명 중 활동의사는 2.3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명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동결된 뒤 의료현장은 상시적 인력난을 겪고 있고, 2030년이 되면 의사가 7600명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5년 가까이 동결된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 결론내야한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이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에 앞서 공공의대 법안부터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공공의대 법안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정치적 의지나 진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니 이것부터 처리하는게 급선무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민주당이 공공의대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의사협회의 반대 등 이해관계 충돌이 많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일단 “민주당이 의사 수를 늘리자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처음인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조 원장은 “재난적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하는 파트인 감염내과 의사 수는 전국적으로 다 합쳐도 300명이 안된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 병원 합쳐 40개 되는 병원에 감염내과가 있는 병원도 5개 밖에 안된다”고 의료 인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는 아직 4·15총선이 끝난 뒤에도 5월 임시회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국회 코로나 특위 위원인 김광수 민생당 의원은 공공의료 인프라를 위한 특위 안건으로 공공의대 법안 통과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이익단체의 반대를 뚫고 의사 정원을 늘릴 수 있을까.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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