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회사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댓글부대'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세종로 케이티(KT) 사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황창규 회장 취임 뒤 케이티(KT)가 전직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군·경찰 및 정부 부처 퇴직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수억원의 자문료를 건네고 ‘경영고문’으로 위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을 확인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회장이 정·관·군·경 ‘로비 사단’을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24일 공개한 경영고문 명단을 보면, 케이티는 경영고문들에게 짧게는 5개월, 길게는 4년까지 월 474만~1370만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총액은 20억원에 이른다. 12명의 ‘전관 경영고문’ 중 정치권 인사는 6명이었는데 그중 3명이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선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낸 측근들이라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들이 위촉된 2014~2015년에 홍 의원은 정보통신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이 의원은 공무원 출신 경영고문들이 정부 발주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016년 2월 케이티가 수주한 750억원짜리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에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을 지낸 육군 소장 출신 남아무개 고문이 참여했다. 이 사업을 심사한 국방부 심사위원장은 남 고문이 거쳐간 합참 지휘통신부 간부였다.
이 의원은 경영고문으로 위촉된 김아무개 전 국민안전처 민방위정책관 등도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케이티가 2016년 1월 따낸 252억원 규모의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의 발주처는 국민안전처였다. 케이티가 채용한 경찰 출신 경영고문(김아무개 전 강원지방경찰청장, 박아무개 전 경찰청 정보국 분실장)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통들”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2017년 말 케이티 쪼개기 후원금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는 “해당 사업 부문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위촉했고, 정식으로 고문·자문 계약도 맺었다”고 해명했다.
김태규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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