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19일 회동을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편과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론 추인 절차 없이 추진할 뜻을 내비치자 바른정당 출신 중심으로 “해당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내부 반발 정리 여부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의 성패와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많은 의원은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수를 대변하는 게 원내대표의 책무”라며 패스트트랙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편 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검찰개혁 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하는 점을 들어 “이번 패스트트랙은 반드시 당론을 모으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곧바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상욱 의원은 “의회 민주주의와 당헌을 파괴하는 해당 행위다. (강행하면)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뿐 아니라 지역위원장 총회에서도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승민·지상욱·유의동·하태경·김중로·이언주·정병국·이혜훈 등 바른미래당 의원 8명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냈다. 이들 대부분은 선거제도 개편안과 검찰개혁 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결국 20일 오전 비공개 의총을 열어 패스트트랙 추진 여부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와 두 당 소속 국회 사개특위 간사들이 이날 오전에 만나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검찰개혁 법안 문제를 논의했다.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 합의 초안이 나온 만큼 검찰개혁 법안 조율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바른미래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주자는 정부·여당안과 달리, 기소권을 검찰에 넘기라고 수정 제안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해선 경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을 때 불복할 수 있는 안을 요구했다. 경찰청장·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견제 장치 강화도 주장했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의 수정안을 오늘 받았으니 내부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변수도 등장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여야 4당 선거제도 개편 합의 초안을 추인하면서도,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최소화하자는 상황이어서 일괄타결을 위한 여야 4당의 협상이 더 복잡해졌다.
한편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이날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을 조문화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19대·20대 총선에 새로운 선거제도를 적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20대 총선 결과에 새 선거제도를 적용하면, 새누리당 109, 민주당 106, 국민의당 60, 정의당 15석으로 바뀐다. 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은 당시 선거에서 얻은 실제 의석보다 줄었고, 정의당(6석)은 늘었다.
이경미 김태규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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