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남 목포 원도심에 ‘차명’으로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손 의원은 “문화재 보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입법 등 제도적 해결이 아니라 문화재 지정 전후 친인척과 측근을 통해 ‘건물 매입’에 나선 것은 이해상충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 의원의 ‘차명거래’ 의혹은 16일 손 의원의 남동생과 조카가 <에스비에스>(SBS)와 한 인터뷰에서 ‘창성장’이라는 건물 매입 경위에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손 의원 쪽은 17일 남동생과는 10년째 거의 교류가 없는 상태이고, 건물 매입은 손 의원이 동생의 이혼한 부인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 “그게 차명이면 제가 전 재산을 국고로 환원하겠다”고 했다.
또 이날 저녁엔 손 의원 가족과 지인 등이 소유한 건물이 기존에 알려진 10채가 아니라 14채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손 의원 쪽 관계자는 “감추고 있던 게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밝혔듯 박물관을 짓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근 부지를 매입해왔다”며 “현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건물로 보기 힘든 것들이 많다. 정확히는 14필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재를 털어서라도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한 것”이라는 손 의원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가족·지인들을 동원해 해당 지역의 건물을 ‘무더기 매입’ 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과 ‘문화재 지정→사업 토대 마련’ 등 손 의원 가족·지인의 사익이 뒤섞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의원이 목포 원도심이 문화재청의 면 단위 문화재로 지정된 직후인 지난해 8월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소위에서 조카 명의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직접 언급하며 ‘카사 숙소’(집처럼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도시재생과 같이 개발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논란거리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화재청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가 지인·친척들에게 문화재 지정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을 매입하라고 권유하는 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전형적인 ‘이익 충돌 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지역의 막개발을 우려했다면, 손 의원이 단순한 ‘문화 전문가’를 넘어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공적 영역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국회의원의 임무는 어떤 사안에 대한 사적 해결보다 공적 제도화가 우선”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 손혜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라는 특권적 지위의 무게, 그에 따른 처신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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