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인터뷰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 조정하거나
특별감찰관법·상설특검법 손질해
공수처 신설 대신할 수도
검경수사권 조정 7~8부 능선 넘어
활동기간 연장은 당연한 순리”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 조정하거나
특별감찰관법·상설특검법 손질해
공수처 신설 대신할 수도
검경수사권 조정 7~8부 능선 넘어
활동기간 연장은 당연한 순리”
박영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영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의 진전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조율되고 있는지?
“7부, 8부능선까지 와있다고 할 수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2017년 모든 대선후보들의 공약이었다. 각당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2011년 사개특위 때 검찰개혁 소위 위원장을 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진전됐다. 당시 검경수사권 조정 때는 “경찰은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명령-복종’이라는 용어를 들어내고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단계까지 갔다. 지금은 검사들도 일정 부분 직접수사권 내려놓아야 한다는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합의 내용을 기초로 해서 어디까지 직접 수사할 것이냐, 이 문제가 가장 넘기 힘든 고비였다. 어느 정도 고비는 넘었다고 본다.
-직접 수사의 요건이나 절차 등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상당히 넘기 힘든 고비였다. 자유한국당 검사 출신 의원들이 아직까지 과거 사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이 부분을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금 남아있긴 하다.”
-문재인 대통령 검찰개혁 공약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인데 이 부분 이견은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직자 비리 문제를 견제와 균형 없이 검찰 손에만 맡기다보니 검찰공화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검찰과 권력이 유착하는 수많은 사례가 있지 않았나. 그것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것인데 자유한국당은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제가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는 옥상옥 아니냐’ 이런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상설특검은 사후약방문 형식이고 공수처는 평상시에 감시하고 견제 장치를 둬서 공직사회에 더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므로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 업무 논란이 공수처 설치에 변수가 되는 것은 아닌가?
“오히려 그 대안으로 자유한국당이 공수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특감반을 운영하면 정보수집 등에서 오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제3의 기관인 공수처에서 균형감 있는 시각에서 (공직자 비리를) 바라봐야 하지 않겠나. 공수처 설치 지지 여론이 70%를 넘는다. 국민들이 정치검찰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를 대안으로 전향적으로 얘기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
-공수처도 권력과 유착한다면 위험하다는 반대론도 있다.
“임명권자가 대통령으로 돼있어서 야당이 그런 우려 표명하는데 그런 우려를 거를 대안이 있다.”
-공수처장 추천권 등을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다는 건가?
“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가?
“아직 숙성돼있지 않은 상태라서 공개적으로 얘기하기에는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
-현행법상 특별감찰관이 존재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공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야당에선 공수처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그걸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해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그런 절차를 거치면 가능하다.”
-특별감찰관의 기능이 공수처와 겹치기 때문에 감찰관을 임명하면 공수처 동력이 떨어진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었다.
“야당이 특별감찰관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들었는데 그건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 한쪽에 치우쳐서 임명하면 그 사람 또한 신뢰를 잃는다. 여야 합의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감찰관을) 여야 합의로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조차도 신뢰를 못하겠다고 하면 그 대안으로 공수처를 이야기를 해서 공수처장의 임명권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 있을 때에만 발동하는 상설특검법을 상임특검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낼 필요도 있다.”
-상설특검법 개정을 공수처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별감찰관법에서 감찰 대상을 좀 늘리고 특검을 상임으로 하는 방안이 있다. 청와대 특감반 사건을 정치쟁점화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내놓으면 좋겠다.“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법원은 사법행정회의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개악안을 냈다.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번에 법원 개혁은 가능할까?
“실질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의견을 통일하고 있지 못하는 게 문제다. 자유한국당에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 대법원장의 권한을 왜 내려놔야 하느냐는 분도 있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도그마 때문에 ‘법원 동의 없으면 사법개혁 어렵다’는 논리가 그동안 법원개혁을 좌초시켰다. 이번에는 다를까?
“이번에는 법원이 입장(법원행정처 개혁안)을 내놨는데 그게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 입장에 대해서 판사 70%가 동의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걸 받아든 국회 입장에서 봤을 때 민주당 의원 입장은 더 진척된 개혁이 필요하다는 거고.”
-공수처 설치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검찰개혁 공약인데 국회와의 소통 등에서 청와대의 역할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정청 협의를 비교적 원활하게 하고 있는 편이다.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의 조정자 역할로서 그 결과물을 국회에 보냈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논의상황을 존중하고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에서는 여당도 개혁 의지가 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논의가 밖으로 알려지면 권력집단의 조직적 자존심 문제가 걸려있는 게 사개특위의 특징이다.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조용히, 서두르지 않고 할 일 하면서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서 의원들 간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럴 기회가 많았고 유익했다.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 이해관계 권력집단과의 대화 내용보다는 (의원들 간에) 진솔한 애기가 나와서 수위조절을 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
-사개특위가 지난 7월에 구성됐는데 지각 출범이었다.
“11월2일, 99일만에 문을 열었고 전체회의 8번, 소위는 6번 했다. 간담회도 있었고. 절대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일을 조용히 많이 했다. 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마지막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개특위 연장은 순리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틀이 잡혔고 법원 개혁은 5부 능선까지는 와서 상당히 의견 조율이 된 상태다. 여기서 멈춰버리면 너무 비효율적인 상황이 된다. 법사위 때 논의와 비교해보면 진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여야의) 의견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당 의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할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님들도 열심히 사개특위 논의에 임하고 있다.”
-역대 사개특위가 성과를 낸 적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대해도 되는지? 과거 사개특위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
“과거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직 상하관계 속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직접수사권 부분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 경찰에 넘겨줘야 검찰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겠냐는, 제대로 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제왕적 행태, 인사권은 일정 부분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도 놀라운 시대적 변화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단어가 이 시대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라고 본다. 그런 점이 과거와 다르다.
-논의를 더 확장해보면 국정원법 개정도 그렇고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큰 틀의 정치타협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실행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가 답변할 일은 아니고 저 위에서 답변할 일인 것 같다.(웃음) 제 입장에서 보면 개혁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온건하면 준수되지 않고 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시행되지 않는다. 2011년 사개특위 논의 때 수사개시권을 경찰에 부여하면 대한민국 수사 체계가 안 잡히고 모든 게 탈이 날 것처럼 걱정했지만 지금 체계를 잡아서 가고 있다. 수사개시권에 이어 지휘권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문제인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궁극적 목표는 수사와 기소권의 분리니까 이를 향해서 가고 있는 거다.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제왕적 권한을 법원이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면 사법농단 사건이 빚어지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결국은 국민들의 개혁 요구에 밀려서 개혁을 하다 보면 법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상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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