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농성장을 방문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6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을 배제하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데에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둘러싼 각 당의 이견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도시 지역은 지역구당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촌 지역은 지역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방안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 본청에서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야3당이 합의한 안에 대해 100% 동의한다. 그러나 도농복합형 선거제도를 논의하자고 한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야3당은 전날 ‘선거제도 관련 합의문’을 제시하며 이 요구가 반영되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비례대표 의석 비율 확대 △의원 정수와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 등은 정개특위 합의 위임 △석패율제 등 검토 △1월 임시국회 처리 △정개특위 활동 시한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애초 민주당은 이 합의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논의 과정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에 ‘도농복합형 선거구 포함’이라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합의문 채택이 무산됐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제도다. 민주당은 현재의 지지율을 고려했을 때 2020년 총선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중대선거구제가 시행되면 같은 당 후보끼리 당선을 위해 ‘제 살 깎기’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로선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수도권에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차라리 도시 지역구에서 여러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하면, ‘여럿 가운데 하나’로는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의문에 ‘도농복합형’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순간, 중점 사안이 된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야3당이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선거제 합의를 위해 ‘도농복합형 선거구’ 문구 삽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협상에 실패하면서 거대 양당의 예산안 합의로 이어진 셈이다.
김태규 이정애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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