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청와대가 9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정책실장에 임명하는 등 ‘경제투톱’ 인사를 단행한 데 대해, 야당은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회전문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회전문 인사, 코드인사로 자기사람 심기에 나서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만 밟고 있다”고 논평했다. 윤 대변인은 특히 김수현 수석의 정책실장 기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 각 경제부처의 정책조정 능력과 거시경제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비상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역량이 필요한데, 김 수석은 도시공학 전공자로서 경제전문가가 아니다. 경제관료에 대한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수석은 전문분야로 평가받는 분야에서 ‘왕수석’ 노릇을 하면서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가격을 폭등시켜 자산양극화를 초래하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가 교육정책의 난맥상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며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회전문 인사, 코드인사로 자기사람 심기에 나서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만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두 정권에서 연이어 부동산 폭등을 초래”하고, “경제분야 전문성이 없다며 여당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나왔다”며 김수현 수석의 정책실장 임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경제를 모르는 정책실장과 예스맨일 것이 뻔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임명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그리고 더 나아가 청와대 만기친람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수현 사회수석 <한겨레> 자료사진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이번 인사가 ‘김앤장(김동연-장하성) 투톱 갈등’을 정리하고, 그간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수석은 공정경제 토대 위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 실장도 총리실에서 일하면서 매끄럽게 당정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등을 잘 이해해온 사람”이라며 “두 사람이 호흡을 잘 맞춰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도시공학·환경 전공자인 김수현 수석에게 경제전반을 담당하는 정책실장을 맡기는 걸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경제 상황이 나빠져 김앤장 교체 인사를 하는데 경제를 잘 알지 못 하는 김 수석에게 그 자리를 맡긴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지금까지 남북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정부가 국민 지지를 유지해왔지만, 경제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전문가를 그 자리에 앉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이경미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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