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경제 공부’에 나서고 있다. 주가 폭락과 집값 상승, 고용대란 등 산적한 경제 현안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중심을 잡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더미래연구소는 올해 정기국회를 끝마치고 내년 1월부터 민주당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경제 현안과 관련된 ‘참여 토론 형태’의 경제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은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각종 경제현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 안에서 경제 흐름을 제대로 공부해 대안을 모색하자는 요구가 높아 이런 모임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점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처리 당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몇몇 의원을 제외하면 당내 의원 대다수가 ‘대체 뭐가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경제정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응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우 의원은 최근 더미래연구소의 정책위원장을 맡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강의 내용 구성을 전적으로 맡겼다. 김 정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만드는 데 주요하게 참여했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 의원은 “저명한 교수를 불러다 경제 강의를 듣는 방식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주요 경제정책 중 국회에서 다루는 의제를 범주별로 나눠 쟁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김 정책위원장이 현재 4~5강 정도의 압축적인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경제이슈를 다루는 공부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바탕에는 ‘문제는 경제다’라는 인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고용과 소득분배 등 각종 경제지표가 나빠진 상황에서 민주당 안에서는 위기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공이 2020년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최운열 의원을 중심으로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이 꾸려지기도 했다. 일명 ‘경국지모’라고도 불리는 이 모임에는 정성호 기재위원장과 박영선 의원, 윤후덕 의원, 김병욱 의원 등을 포함한 경제 관련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국지모는 ‘제이(J)노믹스’의 설계자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모여 경제 관련 현안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했던 2·3차 모임에선 교수는 물론 강남에서 잘 나가는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 애널리스트까지 초청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고 시장 반응을 이해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참고하기 위한 취지다. 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처음엔 경제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주축으로 모임이 진행됐지만, 최근 경제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참석을 원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국지모는 이번주엔 ‘한·중 무역갈등’을 주제로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