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
지난해 두번의 시정연설 땐
항의 손팻말·펼침막 들었던
자유한국당 이번엔 ‘무행동’
내년 2월 전당대회 앞두고
친박-비박 내부싸움 바쁜탓?
지난해 두번의 시정연설 땐
항의 손팻말·펼침막 들었던
자유한국당 이번엔 ‘무행동’
내년 2월 전당대회 앞두고
친박-비박 내부싸움 바쁜탓?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를 찾았습니다.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기 위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것은 취임 이후 세번째입니다. 지난해 6월12일, 일자리 추경을 당부하기 위한 연설, 그리고 같은 해 11월1일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는 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 3번의 국회 시정연설, 국회 본회의장 풍경에서 유독 달라진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의 항의 ‘손팻말’과 ‘펼침막’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2017년 6월12일, 노트북에 붙은 ‘항의 펼침막’
먼저 지난해 6월12일, 국회 본회의장의 풍경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가 이뤄진 이후 “이게 협치하자는 거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추경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습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치 도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전 정 의장과 심재철 국회부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의 비공개 차담회에도 불참했지요.
이날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인사 실패 협치 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야당 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모니터 앞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일자리’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연설 도중 16번의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 원내대표의 자리를 직접 찾아가 인사를 나눴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오늘 제가 차담회에 못 가서 일부러 자리로 찾아오셨다고 하기에 ‘감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지요.
2017년 11월1일, 붉은 펼침막 들고 문 대통령 맞은 자유한국당
문 대통령의 두번째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던 지난해 11월1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사뭇 더 살벌(?)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들이 A4 용지 크기에 불과한 손팻말을 붙이며 ‘소극적’ 항의를 했던 5개월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예 자유한국당 의원 전체가 의원석 앞에 놓인 모니터에 ‘방송장악 저지’ ‘민주주의 유린’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붙였습니다. 심지어 검은색 옷에 ‘근조’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붉은색 대형 펼침막 3장을 펼치기도 했죠. 펼침막에는 “북핵 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북 나포 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 막바지 펼침막을 들고 일어서자, 문 대통령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는 풍경까지 연출되기도 했죠.
문 대통령의 이날 국회 시정연설은 살벌했던 시작과는 달리 다소 흐뭇한(?) 풍경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끝낸 뒤 자유한국당 의석 쪽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한 게 계기였죠.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문 대통령과 당황스러운 표정의 자유한국당 의원들.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김도읍 의원은 한 손엔 펼침막을 든 채,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기도 했고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2018년 11월1일, 사라진 펼침막…홀로 박수친 김성태 원내대표
그리고 바로 오늘, 2018년 11월1일.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3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한 시간 전에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기세를 몰아 정부·여당과 한층 더 각을 세우기 위해 화력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 며칠 전 기자를 만난 여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시정 연설이 있는 날, 자유한국당이 ‘존재감’ 과시를 위해 뭔 일을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본회의장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도, 펼침막도, 고성·야유도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자유한국당 의원 대다수가 박수를 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날 본회의장에선 김성태 원내대표만이 ‘홀로’ 박수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연설이 끝난 뒤 본회의장에서 기다렸다가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41회
3번의 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중 가장 평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된 셈이지요. 특이한 점은 3번의 시정연설 중 이번 연설이 이뤄진 시기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첫번째 시정연설 직전인 2017년 6월 7~8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무려 82%에 달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24~26일 조사에선 73%로 낮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갤럽이 조사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8%입니다. 2주 연속 하락한 결과입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대로 떨어진 것은 3차 남북정상회담 전인 9월 둘째주 이후 처음입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3%)에 대한 불만이 높은 탓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 때리기’를 할 명분이 충분한 때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오늘 문 대통령을 조용히 보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복당파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 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 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당을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가 없다”(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며 내부 총질이 시작된 자유한국당이 그들의 예고대로 단일대오가 돼 ‘대정부 투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오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마친 후 펼침막을 들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석을 찾아가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3번의 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중 가장 평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된 셈이지요. 특이한 점은 3번의 시정연설 중 이번 연설이 이뤄진 시기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첫번째 시정연설 직전인 2017년 6월 7~8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무려 82%에 달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24~26일 조사에선 73%로 낮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갤럽이 조사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8%입니다. 2주 연속 하락한 결과입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대로 떨어진 것은 3차 남북정상회담 전인 9월 둘째주 이후 처음입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3%)에 대한 불만이 높은 탓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 때리기’를 할 명분이 충분한 때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오늘 문 대통령을 조용히 보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복당파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 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 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당을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가 없다”(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며 내부 총질이 시작된 자유한국당이 그들의 예고대로 단일대오가 돼 ‘대정부 투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이 열린 지난해 6월12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 손팻말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