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 사건 관여 판사들의 탄핵과 특별재판부 구성 추진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특별재판부 설치는 여당이 바른미래당 등 야당과의 교감 속에 내놓은 방안이어서 특별법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검찰이 이번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고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며 “현재 재판부 구성상 재판 결과의 공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부 7곳 가운데 5곳의 재판장이 사법농단 조사 대상이거나 피해자”이므로 “현행 사건 배당시스템으로는 공정한 배당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사법농단 연루자에게 관련 재판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라며 “사법농단과 관련 없는 법관들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특별재판부 구성 방안을 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관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안에서는 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가 현직 판사 3명을 선정하면 대법원장이 이들을 특별재판부로 임명해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전담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특별법 형식으로 특별재판부 도입을 공식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특별재판부 구성 주장에 바른미래당은 “만시지탄”이라며 환영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법농단에 대한 진실 규명에 법원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떤 국민이 법원을 믿겠나. 인내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지금이라도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대법원의 입장을 보고 당내 논의를 거쳐서 입장을 정할 것”(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했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 판사 탄핵 소추를 사법농단 사태 해결 카드로 검토했다. 애초 법원의 자정과 개혁을 기대하며 구체적 실행을 유보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약속과 달리 법원이 검찰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이고 정파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야당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헌법에서는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직 판사로 구성하는 특별재판부는 위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은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법관 탄핵 소추는 지난 2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민걸·이규진·김민수·박상언·정다주 판사와 권순일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주장한 방안이다. 판사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에 이어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본회의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탄핵을 심판한다. 홍 원내대표는 “헌법 65조는 ‘법관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어기면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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