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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법사위원장 쟁탈전…국회 원 구성 협상 불발

등록 2018-07-09 19:00수정 2018-07-09 22:36

법안 심사권 쥔 ‘상원’ 상임위
직권상정 어려워져 권한 막강

한국당 “여당 독주 막아야…못 넘겨줘”
민주당 “입법 발목잡기 극심…바꿔야”
바른미래 “법사위 견제할 제도 개선을”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 셋째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 영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 셋째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 영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야의 국회 원구성 협상이 9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불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협상 막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홍영표(민주당), 김성태(자유한국당), 김관영(바른미래당), 장병완(평화와 정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원구성 협상 타결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1차 협상시한을 넘기게 됐다.

여야가 국회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법사위가 법안 처리 길목에서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된 뒤 국회 본회의로 가기 전 법사위로 넘어가고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한다.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다른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검토하는 일이지만 법사위는 그동안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에 손을 대거나 오랫동안 법안 심사를 묵혀두는 일이 잦았다. 국회 안에서 ‘법사위가 상원 노릇한다. 갑질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법사위원장은 이런 법사위의 운영권과 사회권을 쥐고 있다. 2012년 5월에 직권상정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뒤에는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이전 국회법에서는 국회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를 건너뛰고 법안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수 있었지만 국회선진화법에서는 ‘법사위를 우회’하는 직권상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장 다음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자유한국당은 “여당 독주를 막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은 꼭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일당 독주체제를 막는 최소한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민주당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탐욕적“이라며 “더욱이 그것이 만약 청와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주말 민주당이 갑자기 법사위원장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건 청와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대 국회 전반기 때 자유한국당이 법사위에서 보여준 ‘발목잡기’ 탓에 법사위원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소관 상임위에서는 통과됐지만 법사위가 처리하지 않고 있는 법안이 모두 62건이라며 입법교착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혁신경제를 지원할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587일 동안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점도 지적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대 국회) 하반기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종합부동산세법’, ‘공정거래법’과 같은 민생입법과 남북경협 및 남북관계 개선을 지원할 평화 입법, 대체복무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후속 입법 등 처리해야 할 입법과제가 산적해있다”며 “자유한국당은 법안 발목잡기로 얼룩진 전반기 법사위에 대해 국민 앞에 반성하고, ‘정쟁 도구화’ 된 법사위를 차지하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개혁입법연대 등의 형태로 국회 안에서 포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자유한국당은 ‘법사위원장 절대 사수’를 외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양보가 없이는 협상 타결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법사위원장 문제가 풀려야 국회 원구성 협상의 실마리가 보이는 상황이지만 각당의 셈법이 다른 만큼 ‘해법’도 차이가 크다. ‘평화와 정의’ 장병완 원내대표(민주평화당)와 윤소하 수석부대표(정의당)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평화와 정의’는 법사위 제도 개선을 선결과제로 제시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 양보하되, 티에프(TF)를 만들어 제도 개선을 함께 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그간 법사위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상임위 통과 법안 발목잡기 등의 문제 개선을 법사위원장을 맡는 교섭단체에서 반드시 약속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이정훈 서영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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