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이 21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문을 정성호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등 국회 입법까지 ‘산 넘어 산’이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구성도 되지 않고 있어 속도감 있는 입법 추진이 어려운데다, 이번 합의문에 대한 여야 입장 간극도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의 입법화를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1월 설치된 사개특위의 활동은 이달 말에 끝난다. 그동안 사개특위는 검찰·법원 개혁 의제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보다, 야당의 비협조 속에 대법원·법무부·경찰 등 기관보고 과정에서 여야 간 공방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성호 사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전달받은 뒤 “(이제) 사개특위 요구대로 정부의 단일안이 왔기 때문에 사개특위에서 논의 진행을 안 할 수 없다. 여야가 합의해 사개특위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보다는 사개특위에서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국회의장 선출을 포함한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빠르면 다음주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법사위원장 임명 등 법사위 구성과 활동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법사위원장은 다시 자유한국당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사개특위가 법사위보다 위원회 진행도 수월하다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다. 정 위원장은 “법사위가 구성되면 업무보고부터 받아야 하고 8월로 넘어가면 (지난해 예산에 대한) 결산, 9월에는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를 하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형소법까지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여야 지도부만 합의하면 사개특위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집중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도 사개특위 연장에는 찬성한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은 “6월 말까지 국회 원 구성이 합의된다면 (사개특위도) 연장해 (수사권 조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개특위가 연장되더라도, 야당이 이번 합의문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수사권을 조정하기 앞서 국민 인권이 얼마나 잘 보장될 수 있는지, 서로 견제 기능이 잘 마련됐는지 등을 살피고 강화하겠다는 것이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부안이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권한 조정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하며 “수사기능 효율화 등을 위한 방향으로 논의를 (다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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