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관악구 박준희 더불어민주당 구청장 후보 캠프에서 관악구 청년 후보단의 합동 공약 협약식이 열렸다. 박준희 캠프 제공.
서울 관악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청년 구의원 후보들이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관악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거쳐 구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은 20~30대 청년 후보들만 모두 4명이다. 민주당의 청년 기준(만 45살 이하)으로 하면 모두 6명이다. 현역 의원이나 동협의회장 등 기존 세력이 지역 조직을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예외적으로 정치 신인들이 신선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내놓은 청년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30일 더불어민주당 관악구청장 박준희 후보와 함께 청년 후보 합동 공약도 발표했다.
관악 라선거구의 주무열(33) 후보는 4일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고 경선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
▶관련기사 : ‘골리앗’ 정당 ‘다윗’들의 도전) 주 후보와 현직 관악구 구의원을 포함한 3명이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경선 투표를 벌인 결과, 주 후보가 723표 가운데 408표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현역 의원인 왕정순 후보는 174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경선 결과에 따라 주 후보의 기호는 1-가번, 왕 후보의 기호는 1-나번으로 결정됐다. 후보의 기호는 정당 의석수에 따라 번호가 매겨지는데(더불어민주당 기호 1번, 자유한국당 기호 2번 순), 경선 결과에 따라 가, 나, 다 기호를 부여받는다. 앞순위의 기호를 부여받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201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주 후보는 대학 시절부터 서울대 노동자, 서울대 주변 상인, 배달 노동자 등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다. 직업 정치인이 되기 위해 지난해 민주당에 가입한 뒤로는 이들을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이끄는 데 힘써왔다. 주 후보는 “청년이 경선에 이기려면 새로운 영역을 끌고 와야 한다. 저는 주로 대학생들과 소상공인을 정당으로 유입시켰다. 그게 정당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인 뒤에 줄서기를 하면서 쉽게 당선되는 길 대신 스스로 지역 활동을 통해 풀뿌리 당원을 조직하고 그 힘을 통해 경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주 후보가 끌어온 새 당원 수만 700명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권리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이들은 저를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당원이지만 선거 뒤 의정 활동을 통해 이들을 ‘정당을 지지하는 당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관악 가 선거구에서도 이경환(32) 후보와 박정수(26) 후보가 나란히 민주당 경선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우리 선거구에서는 현역 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두 명의 신인 청년 후보가 나왔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조직보다는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당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년 후보답게 다양한 청년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무열 후보는 청년들의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 사회초년생의 주거자금 마련, 청년 창업 지원, 지역 상권 활성화 협의체 구성 등이 그가 내놓은 공약들이다. 이경환 후보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로서 경사로 설치 등 장애인 지원 시설 확충, 관악구 청년 수당 확충, 1인 가구 종합조사 실시, 관악구 교통 문제 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여기에 더해 청년 후보들은 구청장 후보와의 정책 협약을 통해 기초의원 활동만으로는 추진하기 힘든 각종 청년 정책들을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0일 박준희 민주당 관악구청장 후보자 캠프에서는 청년 후보단이 박준희 후보와 함께 ‘청년특구 관악’ 합동 공약을 발표했다. 청년 후보들의 공동 공약은 △청년주택 확충 △청년의 거리 조성 △관악구청 내 청년전담부서 확충 △낙성벤처벨리 육성 등이다. 박준희 구청장 후보는 “지역경제 부흥을 위해 청년 경제를 살리는 것은 필수”라며 “청년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함께 힘을 보태주니 더욱 더 의욕이 넘친다. 모두 꼭 당선돼 ‘청년특구 관악’을 차질 없이 완성하자”고 강조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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