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교섭단체별 개헌의견 및 대통령 발의안 보고’ 보고서가 위원장석에 놓여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야당은 본회의를 하루 앞둔 23일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안 표결이 개헌 논의 자체를 좌초시킬 것”이라며 ‘24일 본회의’에 앞서 개헌안 철회를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들은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권력구조 문제에서도 이견을 좁혀왔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직전 단계에 있다”며 “대통령께서 개헌안을 철회하면 초당적인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총의를 모아 개헌을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개헌안은 거의 합의가 됐다. 총리 (국회)추천제와 국회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최대 쟁점이었던 권력구조 개편에 야당 합의가 임박했으니, 자유한국당 반대로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지 말고 철회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개헌안 표결 거부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평화당은 24일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면,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지지결의안과 민생입법 처리를 위한 ‘28일 본회의’ 소집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김외숙 법제처장(오른쪽 두번째)이 26일 오후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송부하려고 국회 입법차장실을 방문해 진정구 차장(맨 왼쪽)에게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제출한 뒤 이야기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맨 오른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처럼 야권이 ‘대통령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데에는 개헌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개헌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을 떠안을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반대세력으로 규정되는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을 부결시키면 개헌 논의 자체를 막았다는 책임을 야당이 지게 될 수 있다”며 “(다만) 대통령이 철회해주는 게 가장 좋지만, 굳이 본회의에 상정한다면 본회의에 들어가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안 처리를 위한 ‘헌법 절차 준수’를 거듭 강조하며, 24일 본회의 표결 절차를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무산됐다는 이유로 개헌안을 철회하면,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야권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론 지형에서도 대통령 개헌안 표결 시도가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개헌 노력을 끝까지 보여줌으로써,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세력’(여당)과 ‘호헌 세력(개헌 반대·야당)이란 구도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개헌안 표결이 ‘불성립’ 되면 제20대 국회 안에 다시 표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해석이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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