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 행사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자신이 관여하는 ‘더좋은미래’에 ‘셀프 기부’한 정치자금 5천만원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김 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지출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판단을 내리면서 기존 유권해석에 더해 ‘구체적 기준’을 새로 추가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국회의원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회비 등을 납부하는 경우, 정관·규약에 근거하지 않거나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기부행위제한)에 위반된다”고 청와대에 회신했다. 더좋은미래 월회비로 20만원을 내던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열흘 남긴 상황에서 월회비의 250배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일시불’로 낸 것은 ‘종전의 범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9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였던 김 원장의 ‘선거구’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대상이다.
중앙선관위의 판단은 상당 부분 예상 가능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더좋은미래 5천만원 기부’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이미 2016년 3월29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원장에게 ‘종전의 범위’를 거론하며 ‘위법 가능성’을 회신한 상황에서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정쟁 현안’에 대해 2년 전과 다른 결론을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여기에 더해 김 원장 거취 논란의 출발점이었던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해외출장에 대해서도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출장 필요성, 업무 관련성, 피감기관의 비용부담 경위, 비용지원 범위와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보류했다. 사실상 관련 수사를 하는 검찰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해외출장에 보좌진을 동행하거나 관광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중앙선관위는 “정책개발 등 정치활동을 위한 해외출장 시 사적 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출장 목적 수행을 위해 보좌직원 또는 인턴직원을 대동하거나, 해외출장 중 휴식 등을 위해 부수적으로 일부 관광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공무 출장 중 짬을 낸 관광 비용에 어느 정도 정치자금을 쓰더라도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이 정치자금으로 보좌진 6명에게 퇴직금 2200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상의 범위에서 퇴직금 지급은 정치활동 경비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앙선관위의 이런 ‘선택적 판단’에는 이미 김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한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유권해석을 하는 중앙선관위의 판단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판단과 다를 경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또 질의가 들어온 내용에 대해서만 판단을 한다. 청와대 질의에는 빠졌지만 김 원장이 정책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지급한 뒤 이 가운데 일부를 더좋은미래가 만든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운영비로 돌려받았다는 의혹 등은 앞으로 검찰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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