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 대표이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오후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 참여하는 전체회의를 열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지출 및 해외출장 등의 ‘적법성’ 여부를 논의한다. 사안 자체가 복잡하지 않은 만큼 이날 곧바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아, 거취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6일 전체회의에는 지난 12일 청와대로부터 접수한 김 원장 관련 질의 내용과 함께, 유사 사례에 대한 기존 해석과 대법원 판례 등 실무검토 자료가 보고될 예정이다. 특히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는 행위’의 적법성 여부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정치활동 일환’으로 가입한 단체, 포럼, 재단 등에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내거나 발전기금을 내는 것을 허용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 연구단체인 ‘더좋은미래’ 가입비는 1000만원, 월회비는 20만원이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 두 달 전인 2016년 3월25일 중앙선관위에 “‘더좋은미래’가 만든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에도 월회비(20만원)를 내고 있는데, 일시 후원할 경우 금액 제한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종전 범위 안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 규정에 위반된다”고 회신했다. 김 원장은 2016년 5월19일 정치자금 5천만원을 ‘더좋은미래’에 기부했다.
쟁점은 월회비의 250배에 해당하는 5천만원을 ‘종전 범위’로 볼 수 있느냐다. 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 관련 여러 유권해석에서 “정치활동을 위한 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을 출연하거나 정관·규약·운영관례상 의무에 의해 회비 또는 부담금을 납부하는 행위는 무방하다”고 밝혀왔다. 15일 더미래연구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다른 의원들도 2천만~3천만원씩 냈다. 총회 의결에 따라 김 의원이 기금을 납부한 것이어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운영관례’를 강조한 것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미래연구소’ 소장이었던 김 원장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기부한 돈으로 월급을 받은 점을 중앙선관위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변수다.
2008년 대법원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정치자금 지출이 허용되는 정치활동에는 ‘임기 만료 후의 정치활동’을 위한 것도 포함한다”, “보좌진에게 정치활동 보좌에 대한 보답과 퇴직에 대한 위로는 가능하다”고 선고했다. 여권에서는 이 판례를 들어 김기식 원장이 20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낙선한 뒤 5천만원을 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법원 판례는 정치인 본인이 남은 정치자금을 ‘직접’ 쓴 것이고, 김 원장은 일단 기부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원장이 보좌진 퇴직금 2200만원을 지급한 것은 문제삼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가 질의한 ‘해외출장 중 관광의 적법성’의 경우, 정치자금을 썼다면 위법 가능성도 있다. 판례와 중앙선관위가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정치자금 회계실무>는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개인적 여가 비용 등), ‘부정한 용도’(사회상규 위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국회의원 해외출장 △해외출장에 보좌진 동행 등 나머지 질의에 대한 중앙선관위 유권해석 사례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논의는 하되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는 입장 표명을 하거나 원론적 수준의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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