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그간 “사법부 전관예우는 없다”는 기존 태도를 접고, 전관예우 관련 실태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대법원장이 가진 대법관 제청·헌법재판관 지명 권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 사안 모두 최근 개헌 논의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내용으로,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발의하겠다고 밝힌 개헌안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진 내용이다.
대법원은 오는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 앞서, 19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사법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대법원 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업무보고에선 사법불신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전관예우에 대한 대법원의 전향적 태도가 눈에 띈다. 최근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대법관 출신 차한성 변호사가 선임됐다가 비판여론에 결국 사임하는 등 전관예우 논란은 끊이지 않아왔다.
대법원은 업무보고를 통해 “종래 전관예우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은 ‘전관예우는 존재하지 않으나 국민들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는 국민의 공감을 전혀 받지 못했다. 또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시대 하름에 뒤쳐진 사법부로 인식됐다”며 재판과 관련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안건으로 ‘고위공직자 개업 제한 등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올려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기서는 △전관예우 실태조사 여부 및 방법 △공직퇴임 변호사에 대한 개업 및 수임 제한 강화 △공직퇴임 변호사의 수임내역 공개 강화 △연고관계 재배당 제도 강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또 ‘제왕적 대법원장’ ‘사법 관료화’ 원인으로 지목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및 헌법재판관 지명권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대법관 제청 대상자를 제시할 수 있는 대법원장 권한을 삭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헌법재판관 지명권에 대해서는 대법관후보추천위처럼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를 꾸려 대법관 제청 절차와 유사한 지명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의되는 개헌 방향은 대법원장의 제청·지명권한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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