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5일 저녁 <제이티비시>(JTBC)에 출연해 안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하고 안 지사가 6일 새벽 이를 인정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피해자인 김 씨를 보호해야 한다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김 씨가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의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5일 저녁 이후 안 지사와 관련해 올라온 국민청원 글은 모두 94건으로, 이 청원들은 철저한 조사와 처벌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원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인터뷰 이후에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 충분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제일 더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입니다.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서, 조금이라도 지켜줬음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 김지은 씨의 발언이 크게 공감을 얻으면서 피해자 보호와 관련한 청원이 가장 널리 공유됐다. 대부분 글은 올라온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청원에 참여한 이가 100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나 ‘
미투 운동의 발화자들을 보호해주세요’(
▶바로가기)라는 글엔 1만 명 넘는 이들이 동의를 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청원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 사진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해당 글에서 청원인은 “안희정 지사의 비서분은 내일 아침 출근하면 가해자 안희정과 마주해야 한다. 그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어떤 대접을 받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끊임없이 입을 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사회는 미투 한 사람에게 어떤 것을 해 주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지은씨를 정부 부처로 발령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안희정 정무비서 김지은 씨를 원래 정부 근무 부처로 발령내 주세요’라는 청원 글에서 청원인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알린 작금에 김지은 씨가 과연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만약 해코지에 의해 해고라도 당한다면 어찌할 것이며, 지사라는 최고 지위자를 고발한 사람이라는 충남도청의 주위 시선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라며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만약 해고를 당하면 또 다른 행정 소송을 해야 하는 등의 가중되는 힘겨움을 안기게 될 것이다. (중략) 김지은 씨의 의사를 물으시고 원래 근무하던 곳으로 발령을 내주시길 청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 지사를 두둔하거나 김지은 씨에게 2차 가해가 될 만한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JTBC는 5일 저녁 안 지사 쪽이 “부적절한 성관계를 인정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으나 6일 새벽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앞선 내용을 부정하고 성폭력을 사실상 인정했다.
박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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