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엇갈린 반응
‘정찰제 집행유예’에 “유전무죄 적폐” 비판도
‘정찰제 집행유예’에 “유전무죄 적폐” 비판도
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을 절반으로 깎은 뒤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주자,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범여권은 “법원의 유전무죄 적폐”를 비판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재판부의 소신있는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환영했다. 여야는 이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한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기를 온 국민이 기대한 바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을 내린 법원의 결정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과거 재벌 회장들의 항소심에서 나오던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등 정찰제 판결이 부활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인해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아직도 대한민국에 살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또 다시 낼 수 밖에 없게된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법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부터 출발한다”며 법원 판단을 거듭 비판했다.
정의당은 “법원이 대한민국 법 상식을 짓밟고 이재용 구조대를 자처했다”며 강도 높게 판결을 비판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법원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법전의 내용과 다른 법을 섬기는 모양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 체계를 뛰어넘어 법원이 수호하는 철칙인 듯하다”며 “규탄한다”고 했다. 추 수석대변인은 “이재용 한 사람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헌정이 짓밟혔고, 국민의 피땀어린 돈 수천억원이 증발됐다. 약자에게는 거리낌없이 실형을 선고하는 법원이 나라를 통째로 뒤흔든 파렴치하고 거대한 범죄행각에는 어찌 이리도 관대하냐”고 따졌다.
오는 13일 미래당으로 통합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비판 수위와 지점은 달랐다. 국민의당은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뇌물죄의 많은 부분이 항소심에서는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인정됐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고 했다. 반면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정권과 기업 사이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반성과 주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만큼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 삼성이 처한 국제적인 상황을 감안해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만 홀로 판결을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라고 주장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묵시적 청탁’이라는 억측과 예단으로 무리하게 혐의를 끼워맞추듯 만든 여론몰이 수사, 정치적 수사는 이 땅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을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를 겨냥해 “경영일선에 있어야 할 기업인을 1년간 구속시키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특검이 답해야 할 차례”라고 했다. 같은 당 홍준표 대표도 집행유예 선고 뒤 페이스북에 “대법원장이 아무리 코드인사를 해도 사법부는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있게 판결한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