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에서 24년 만의 미국 대통령 연설을 하고 있다. 2017.11.8 공동취재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11시25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했다. 1993년 7월10일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만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세계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님을 소개합니다”라고 하자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양국의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 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며 한국전쟁 이후 한-미 양국이 지켜온 안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한미 장병은 함께 싸웠고 함께 죽었고 함께 승리했다. 1951년 봄 양국군은 오늘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서울을 탈환했다. 우리 연합군이 공산군으로부터 수도지역을 재탈환하기 위해 큰 사상자를 냈다. 이후 수개월에 거쳐 양국군은 험준한 산을 묵묵히 전진했으며 혈전을 치렀다. 때로는 후퇴하면서도 이들은 전진해 선을 형성했고, 그 선은 오늘날 탄압받는 자와 자유로운 자를 가르는 선이 됐다. 한미 장병들은 그 선을 70년 가까이 지켜나가고 있다”고 하자, 첫 번째 박수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953년 정전 협정에 사인했을 때 미군 3만6천여명이 숨졌고 10여만명이 다쳤다”며 혈맹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수천억원을 들여 가장 새롭고 발전된 무기체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꺼냈던 “수십억달러 무기구매 약속”을 환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10분을 한국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임을 강조하며 한-미 동맹과 한국의 경제 기적, 아이엠에프 위기 극복,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골프선수들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11분째부터 북한을 처음 거론하며 ‘김정은 체제’를 강도 높은 어조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고 롯데타워 등 고층빌딩,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등을 거론한 그는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1953년 진격한 곳, 이곳에서 24마일 북 쪽에만 미친다. 기적은 거기서 멈추고 끝난다”며 휴전선 북쪽의 북한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장시간 노동과 기근으로 인한 주민 사망, 영양실조, 독재자 우상화 등을 관련 통계수치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며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거론하며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설 시작 25분째인 오전 11시50분부터 “우리를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며 북한의 도발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미국의 힘을 의심하는 체제는 사라졌다. 동맹국이 협박이나 공격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체제 붕괴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초고강도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도시들이 파괴 위협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역사상 최악의 잔혹이 이곳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겠다. 이 땅은 우리가 지켰고 생명을 걸었던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며 “당신이 가진 무기는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당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폭군의 야심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판과 도발에 대한 경고는 연설의 3분의 2가 넘는 22분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항상 준비돼 있다. 북한의 잔인한 야심으로부터 국민들 보호하겠다.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안전한 한반도, 이산가족의 재회를 꿈꾼다. 우리는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에서 이산가족들 만남, 핵 악몽은 가고 아름다운 평화의 약속이 오는 나라를 꿈꾼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강하고, 방심하지 않겠다. 우리의 눈은 북한에 고정돼 있고, 가슴은 모든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살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여러분들과 미국을 축복하시기를 기원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33분간 연설은 오전 11시58분 끝났고, 의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자신도 박수를 치며 퇴장하며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연설 내내 우려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정세균 의장은 연설에 앞서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하신 멜라니아 여사님을 소개한다”고 했고, 멜라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의원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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