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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야 ‘내로남불’…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의 역사

등록 2017-11-03 15:02수정 2017-11-03 19:57

조국, 6일 국회 운영위 국감 불출석…“청와대 못 비워”
1년 전 우병우도 “비서실장 없어 대통령 보좌해야”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3차례 출석 ‘모범사례’
민주당 야당 땐 “우리 여당 시절엔 국회 출석…우, 출석해야”
자유한국당 야당되자 “문 대통령 출석 전례…조국, 출석해야”
청와대 “문재인 수석도 인사문제로는 출석 안해…팩트 틀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6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비서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6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비서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본인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인 특성이 있다. 이런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니 양지해주기 바란다.”

지난해 10월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런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병우 국감’을 예고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우 수석이 국회의 정당한 출석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묵과할 수 없다. 야당과 공조해 동행명령권 발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우 수석의 국감 불출석은 “관례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고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맡는 핵심 요직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해야 하는 야당으로서는 민정수석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격법인 셈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0월 2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든 채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0월 2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든 채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 2016년 예산 결산보고를 위해 지난 8월22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하성 정책실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 2016년 예산 결산보고를 위해 지난 8월22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하성 정책실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권이 바뀌고 1년만에 열리는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거의 동일한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가 국회 운영위에 접수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는 6일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에 “청와대를 비울 수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내자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사실패 등의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던 자유한국당은 3일 “국회 멸시와 무시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청와대를 비울 수 없다면) 조 수석이 국감에 출석하는 대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청와대로 돌려보내드리겠다”(정우택 원내대표)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등 ‘국정 현안’을 따지기 위한 당연한 출석 요구도 있는 반면, 사안의 경중을 따지 않은 채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을 물타기하거나 정쟁화하려는 의도로 출석을 요구하는 일도 잦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조국 수석에 대한 출석 요구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체로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공방은 정권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을 보여준다. 야당일 때 공격법과 여당이 됐을 때 방어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사례는 모든 야당이 손꼽는 ‘모범 출석’ 사례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출석 사례를 들어 박근혜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민정수석 출석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공수가 바뀐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3일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과거 민정수석 시절 국회 운영위에 참석한 선례도 있다. 조국 수석의 불출석 사유는 전혀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015년 1월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 회의실에 김영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의 불출석 사유서가 놓여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015년 1월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 회의실에 김영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의 불출석 사유서가 놓여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멸종’ 수준이었던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이 성사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이 역시 불발됐다.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당시 김영한(2016년 사망)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출석 문제로 여야가 맞붙었다. 결국 김기춘 비서실장이 출석할 것을 지시했는데, 김 수석은 항명성 불출석 사유서를 내며 거부했다. “본인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원회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이므로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전국의 민생안전 및 사건 상황 등에 신속히 대처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도 있어 부득이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왔던 것인데 정치공세에 굴복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라며 곧바로 항명성 사퇴를 하기도 했다.

‘정치 공세에 굴복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체로 민정수석 출석의 선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들어졌다. 김대중 정부의 신광옥 민정수석,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전해철 민정수석은 모두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지난 2003년 10월 문재인 민정수석이 국회 법사위와 재정경제위에 출석한 것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수뢰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또 조흥은행 매각 관련 청와대 개입설에 대한 증인으로 각각의 국감장에 나간 것”이라며 “조국 수석도 이런 문제라면 국회에 못 나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과거 어떤 민정수석도 장·차관 인선이나 인사검증 문제로 국회에 출석한 전례는 없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민정수석의 국회출석 사례를 근거로 조국 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는 건 팩트가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2004년 1월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인태 당시 정무수석(왼쪽)과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이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04년 1월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인태 당시 정무수석(왼쪽)과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이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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