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사기업인 씨제이(CJ)의 “좌경화”를 지적하며 “과도한 사업확장 견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당시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을 “친노의 대모”로 규정해 전방위로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국정원의 ‘씨제이의 좌편향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2013년 8월27일 작성) 보고서를 보면, 당시 국정원은 씨제이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씨제이이앤엠(CJ E&M)이 제작한 주요 흥행 영화 등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살인의 추억>, <공공의 적>, <도가니> 등은 공무원·경찰을 부패·무능한 비리집단으로 묘사,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입”한다고 우려했고,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 <베를린>이 북한의 군인·첩보원 등을 동지, 착한 친구로 묘사, 종북세력을 친근한 이미지로 오도”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상영됐던 <설국열차>에 대해선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저항운동 부추긴다”고 ‘분석’했고, “천만 관객이 관람한 <광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토록 하는 등 지난 대선 시 문재인 후보를 간접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때 큰 인기를 모았던 <에스엔엘(SNL) 코리아>에 대해선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 대통령을 패러디한 ‘또’를 욕설을 가장 많이 하고 안하무인인 인물로 묘사. 정부 비판 시각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에스엔엘 코리아>는 담당 피디 및 출연자 교체 등의 수난을 겪었다. 국정원은 “<케이비에스>(KBS) 노조파업을 지지했던 나영석 피디” 등을 언급하며 “좌파세력 영입”이라고 낙인찍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런 “씨제이 좌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친노의 대모’ 역할을 해온 이미경 부회장”을 지목하고, “이 부회장이 회사의 좌성향 활동을 묵인·지원한 것”, “국가정체성 훼손 등 정부에 부담 요인이 되지 않도록 씨제이 쪽에 시정을 강력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건의했다. 결국 이미경 부회장은 2014년 10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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