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희 강원랜드 사장(가운데)이 19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채용 비리 관련 질의에 답한 뒤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한겨레>가 석달째 심층보도해온 ‘2013년 강원랜드 부정채용 게이트’를 집중 성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정치권 유력자들의 결탁과 자체감사 기능의 마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비리 당시 집권당으로 소속 의원 7명이 채용청탁에 연루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의원들은 채용청탁 명단의 입수 과정을 문제 삼는 전략으로 맞섰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수백명의 청탁자 실명을 받아놓고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고, 혼자서 250여명을 청탁으로 밀어넣은 최흥집 사장에게 단 한명의 권력자 이름도 알아내지 않았다”며 “전대미문의 범죄 행위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박정 의원은 강원랜드 전·현직 임직원과 이사진 등 32명이 모두 453명의 채용을 청탁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청탁은 국회의원 등 ‘제3의 권력자’가 이들을 통로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당시 수십명의 청탁자로 이름을 올린 임원 중 한명은 <한겨레>에 “(청탁은) 지역의 지위가 있는 한두 분한테서 받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당시 부정 합격자의 합격 취소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강원랜드 인사규칙에 ‘채용과정에서 부정이 확인되면 채용을 취소하고 이후 응시자격을 박탈한다’고 돼 있다. 그대로 이행하시라”고 함승희 현 사장에게 주문했다. 그는 또 “강원랜드 카지노에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는데, 도박해서 돈을 잃고 돌아가다가도 그걸 보면 다시 돌아서지 않겠나”고 따져 국감장에 웃음이 새나오기도 했다. 함승희 사장은 “도박하면 패가망신한다, 라고 쓰려다 너무 살벌해서 문학적으로 표현하다보니…”라고 답변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자유한국당은 방어 전략으로 일관했다. 이 당의 최연혜 의원은 “언론에 실명이 거론되면 정치인은 큰 타격을 받는다. 무고한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검찰도 수사 중 자료는 외부 유출을 금지하는데 우리 상임위(산자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유감”이라며 이훈 의원이 최근에 한 청탁자 명단 공개를 비판했다.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강원랜드 직원이 과거 인사 문제에 민주당 유력 실세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그런 증언을 한) 직원이 누구냐”고 캐물었다. 함승희 사장과 감사실장이 “방송에 그 직원의 실명이 안나와 누군지 모른다, 유추만 한다”는 답변에 정 의원은 “조사를 안하는 것이냐며 그 직원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소속당 의원이 7명이나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 청탁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에 역공을 펼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어 질의에 나선 송기헌 민주당은 “그 직원이 언급한 ‘민주당 실세’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아니고 과거 새천년민주당이라는 사실을 아느냐, 해당 방송도 나중에 정정했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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