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엔 “검찰 흡짐내기 저의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25일 발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이명박 정부 비판세력 제압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원은 ‘아군’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의원과 보수 학자들에 대해서도 트위터 등을 활용해 ‘퇴출·매장’ 여론 공작을 벌였다.
국정원은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대표)을 겨냥해 “자꾸 총부리를 아군에 겨누고 있다. 그러다 아군이 전멸하면 홀로 정치하려는가? 적군 앞에선 단합할 땐 해야지, 사돈 남 보듯 집안 흉을 봐서 뜨려는 구시대적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는 글을 퍼뜨렸다.
‘원조 친이명박계’에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는 “‘검찰의 엉터리 수사로 전직 대통령 자살’ 운운하는데, 검찰 흠집내기에 저의가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정두언 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이 수준 낮은 댓글이나 달며 ‘정권 안보’나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5월 ‘우파 위장 좌파교수 이상돈 비판 심리전 전개’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 보수논객으로 분류되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현 국민의당 의원)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은 중앙대 누리집과 트위터 등에 “박쥐”, “좌익 노리개” 등의 글을 퍼뜨렸고, 이 교수 개인 이메일로 ‘카멜레온 정치교수는 자진사퇴하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이상돈 의원은 통화에서 “국정원의 이런 활동을 짐작하고 있었고, 언젠가 밝혀질 걸로 알았다”며 “원 전 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매주 독대했으니 (제압 활동을) 보고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현 창원시장)에게는 “보온병으로 꺼져가는 본인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돌출발언”, 원조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제주도지사)에게는 “애국인사들에게 언제든 뒤에서 칼을 꽂을 사람”이라는 비난글을 유포했다.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위원(전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서는 “보수라며 한나라당과 대통령을 분리하려고 선동하는 글을 보면 구역질 난다”고 했다. 친박계 권영세 당시 의원도 트위터 공작 리스트에 올랐다.
김남일 송경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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