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과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티에프(TF)의 조사로 확인된 국정원 정치개입 범죄의 ‘윗선’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조사된 개그우먼 김미화씨도 이 전 대통령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검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가 이 전 대통령 처벌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박원순 제압 문건’과 그 실행은 저와 제 가족뿐 아니라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서울시 공무원을 넘어 서울시민을 향한 제압이었다”며 “권력을 남용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이런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이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변호인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모두 11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원세훈 국정원’ 시절의 민병환 2차장, 이종명 3차장, 신승균 국익전략실장, 민병주 심리전단장, 추명호 팀장, 함아무개·조아무개 팀원 등이 포함됐다.
이날 국정원 블랙리스트 사건의 참고인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미화씨는 “이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백주 대낮에 활보하고 있다는 게 어이상실”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민형사상 고소를 할 것이며,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에 가담한 이들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고소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 쪽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당시 국정원의 사찰이나 공작 대상이었던 다른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나섰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했거나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보고받았는지 규명하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태규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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