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수위 높이는 도발
김정은 강조한 ‘임의시각 실험’ 과시
ICBM과 동시개발 보여줘
‘최종 완성’ 안밝혀 추가도발 예고
미국과 협상전 ‘핵무장 완성’ 노린 듯
김정은 강조한 ‘임의시각 실험’ 과시
ICBM과 동시개발 보여줘
‘최종 완성’ 안밝혀 추가도발 예고
미국과 협상전 ‘핵무장 완성’ 노린 듯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한이 3일 핵실험을 단행했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두차례나 성공한 북한은 이날 6차 핵실험에 대해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못박았다. 수소탄을 장착한 아이시비엠을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은 핵실험에 대한 관심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아침 6시30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 지도 했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새로 제작한 대륙간탄도로케트 전투부(탄두부)에 장착할 수소탄을 보아주시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로부터 6시간 뒤인 낮 12시29분께 핵실험을 실시했고, <조선중앙티브이>는 그로부터 3시간 지난 오후 3시30분 ‘중대발표’를 통해 핵실험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오전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실험 실시를 결정했고, 김 위원장의 지시 직후 북한은 곧바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평소 강조해온 대로, ‘임의의 시각’에 핵실험을 벌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북한의 지난 5차례 핵실험은 2013년 제3차 핵실험 뒤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앞선 1~3차 핵실험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하면서 이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았다. 시기적으로 △2006년 10월9일(1차) △2009년 5월25일(2차) △2013년 2월12일(3차) 등 3년여의 간격을 유지한 것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6일(4차)과 9월9일(5차) 실시한 핵실험은 이와 많이 다르다. 실험 주기가 짧아졌고,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의 선후관계도 옅어졌다.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북한이 핵무장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핵탄두와 운반수단(미사일)을 동시병렬적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올 들어 북극성 2형(MRBM·준중거리탄도미사일)과 화성-12형(IRBM·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4형(ICBM)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사거리가 1200~2000㎞로 평가되는 북극성 2형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위협한다. 화성-12형(사거리 3700~6000㎞)은 지난달 9일 북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밝힌 것처럼 괌을 비롯한 ‘미군 태평양작전구역’ 타격용이다. 7월에 두차례나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4형(사거리 6700~1만㎞)은 미 본토를 위협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은 모두 9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특히 지난 5월14일과 8월29일 두차례에 걸쳐 화성-12형을, 7월4일과 28일 역시 두차례 화성-14형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앞선 5차례 핵실험 당시만 해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진행형’이었지만, 6차 핵실험을 앞두고는 ‘완료형’에 다가서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날 북한은 <조선중앙티브이>를 통해 발표한 ‘핵무기연구소 성명’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의 완전성공은 … 우리의 핵무기 설계 및 제작기술이 핵탄의 위력을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운반 수단과 핵탄두를 모두 확보했다는 점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핵무기연구소 성명’은 이날 핵실험에 대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의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국가 핵무력’의 최종 완성을 선언하지 않은 것은 향후 추가 핵실험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국 6차 핵실험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에 앞서 핵무장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군인이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내용의 방송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일 오후 북한 평양 시민들이 미래과학자거리에 설치된 대형 방송 화면을 통해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리춘희 아나운서가 6차 핵실험 성공을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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