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흥행바람 타고
‘개혁보수’ 바른정당, 하태경·정운천 최고위원 등 12일 관람
‘호남기반’ 국민의당, 지도부 이어 안철수·정동영 극장 찾아
민주당, 광주서 추미애 대표와 당원들 단체관람 추진
한국당은 계획 없어…“사진찍기 아닌 영화의 교훈이 중요”
‘개혁보수’ 바른정당, 하태경·정운천 최고위원 등 12일 관람
‘호남기반’ 국민의당, 지도부 이어 안철수·정동영 극장 찾아
민주당, 광주서 추미애 대표와 당원들 단체관람 추진
한국당은 계획 없어…“사진찍기 아닌 영화의 교훈이 중요”
정치권이 ‘광주행 택시’ 잡기에 바쁘다.
바른정당 하태경·정운천 최고위원, 정문헌 사무총장 등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극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단체 관람한다. 당에서 주최한 대학생 토론배틀 8강 진출자 6명도 함께 한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9일 당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등 극우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이 주도했다며 종북몰이를 하려는 강한 시도가 있다. 바른정당은 이에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며 단체 관람을 결정했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은 당내 행사에 ‘민주열사를 위한 묵념’을 추가했다. 또 이 대표는 취임 뒤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자유한국당과 차별화한 행보를 하고 있다.
애초 바른정당은 이혜훈 대표도 함께 이 영화를 단체관람하기로 했으나, 11일 오후 “지도부의 영화 관람은 북핵 문제로 시국이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이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애초 영화 관람을 계획했을 때는 ‘괌 폭격’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엄중하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지는 등 국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징성이 큰 당 대표가 영화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람 날짜를 미룬 것일 뿐 당 지도부 차원의 관람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지도부가 <택시운전사>를 단체 관람했다. 8·27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철수 전 대표(9일)와 정동영 의원(8일)도 각자 관람을 한 뒤,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지를 찾아 <택시운전사> 실제 주인공인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추모비에 헌화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천정배 의원은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영화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쪽을 향해 “매를 번다. 5·18 진상규명특별법을 빨리 처리해서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게 합시다”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페이스북 친구 20명과 함께 이 영화를 ‘번개 관람’했다. 지난 5월 총리 임명 전까지 전남지사였던 이 총리는 <택시운전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의롭지 못한 일이 지금도 많이 횡행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느낀다. 영화를 보면서 37년 전의 광주뿐만 아니라 2017년의 대한민국 자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8·15 경축식과 대통령 취임 100일(17일) 행사 일정 등을 감안해 관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현 대변인은 “영화를 보게 된다면 추미애 대표가 광주에서 일정이 없는 주말에 당원들과 조용히 관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아직까지 관람 계획이 없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 기간 광주를 찾아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5·18 희생자들의 희생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전두환 회고록의 주장은 좀 억지 같다”고 말했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치권의 <택시운전사> 관람 열풍에 대해 “독일 사람을 태우고 가서 진실을 알리려 했던 영화로 알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교훈을 갖고 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게 중요하지, 영화관에 가서 사진 찍고 이런 것만 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광주시당은 11일 “관람 계획은 있는데 시당위원장이 아직 공석이라 추진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김남일 김태규 기자 namfic@hani.co.kr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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