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세계일보>에 보도되고 서훈 국정원장이 “정부에 상관없이 조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미 정리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칫 과거사 재조사 차원을 넘어 검찰 수사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시 국정원 보고라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억도 없고, 할 얘기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쪽 관계자도 “이미 법적 절차가 다 끝난 사안”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이 문제가 쟁점화되는 배경을 의심했다. 관련 문건을 청와대에서 싸들고 나왔던 당시 정무수석실 행정관 김아무개씨가 문서 유출 혐의로 기소돼 이미 처벌받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안 하겠다면서 과거 정권 인사들까지 끌어들인다면 그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라고 했다.
2014년 국정원법이 개정되며 정치관여 행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늘었지만, 그 이전 행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 때문에 해당 문건 내용의 실행 여부와 시기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