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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현수막·어깨띠 비용까지 캔다…‘포스트 대선’ 매의 눈 가동

등록 2017-06-08 21:10수정 2017-06-08 21:18

문대통령 481억 홍준표 341억 신고
안철수 427억 사용…전액보전 대상
정당들, 비용·사진 등 증빙자료 제출

5월 말 실사반 구성해 신고액 해부
부풀린 비용·리베이트 여부 등 살펴
그간 9차례 선거에서 3076억 찾아내
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났다. 1%포인트라도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려 피를 말리듯 경쟁하던 대선의 승패는 갈렸지만,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숫자싸움을 하고 있다. 민감한 선거비용 조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선 재수생이 쓴 돈은? 5·9 대선에서 각 정당이 쓴 돈은 얼마일까. 선거비용은 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쓸 수 있는 한도가 바뀐다. 이번 대선의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은 2012년 대선보다 50억원이 줄어든 509억9400여만원이다. 지난달 29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선거비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이 481억6600여만원(제한액 대비 94.5%), 홍준표 후보를 내세워 2위 득표를 한 자유한국당은 341억9700여만원(제한액 대비 67.1%), 안철수 후보가 대표 주자로 나서 3위를 한 국민의당이 427억8000여만원(제한액 대비 83.9%)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9대 대선 선거비용 실사반’이 8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각 정당이 청구한 선거비용 보전 청구자료를 심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9대 대선 선거비용 실사반’이 8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각 정당이 청구한 선거비용 보전 청구자료를 심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지지도 1위를 내준 적이 없지만 ‘대선 재수생’이라는 불안 때문이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비용 한도에 육박하는 돈을 썼다. 반면 초반부터 대세론에 눌렸던 탓일까, 자유한국당이 신고한 선거비용은 낙승이 예상됐던 2007년 17대 대선 때 372억원(한나라당)보다도 적었다. 박근혜 후보가 나선 2012년 18대 대선 때는 468억원(새누리당)을 신고했다. 다른 두 당에 견줘 전국 조직이 열세인 국민의당은 선거 중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반등하며 기대감을 키웠던 까닭인지 꽤 많은 돈을 지출했다. 5·9 대선 때 한 캠프의 회계를 담당했던 정치권 인사는 8일 “워낙 돈 나갈 곳이 많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제한액을 초과할 위험도 있다. 처음부터 제한액 대비 82~83% 정도만 쓰는 선에서 선거비용을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 과정에 쓴 돈의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 득표자는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 15% 이상 득표한 3개 정당의 선거비용 신고액을 합하면 1251억4300만원에 달한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29일부터 선거비용 실사반을 꾸려 각 정당의 선거사무소, 시·도 선거연락소, 구·시·군 선거연락소별로 신고한 선거비용을 하나하나 해체해 뼈와 살을 발라내고 재조립하는 중이다. 정당들이 기준 가격보다 비싼 선거용품을 제작하지 않았는지, 쓰지도 않은 돈을 썼다고 신고하지 않았는지, 선거기획사나 컨설팅업체와 짜고 비용을 부풀리지 않았는지, 업체로부터 다시 정당으로 되돌아간 리베이트는 없는지 등을 살핀다.

이렇게 해서 국고를 얼마나 아낄까 싶지만, 그 결과는 놀랍다. 중앙선관위 실사반이 매의 눈으로 깎아낸 비용이 지난 2차례 대선(17·18대)에서 75억원, 4차례 총선(17~20대)에서 617억원, 그리고 3차례 지방선거(4~6회)에서 2384억원 등 3076억원에 달한다.

현장에서 한번, 서류에서 또 한번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당과 후보자에게 선거비용 보전 대상이 되는 100여개 항목의 ‘통상 거래가격’을 알렸다. 길거리 게시용 현수막의 경우 1㎡당 1만4000원이 기준 가격으로 책정(설치·철거비용 포함)됐다. 건물외벽 게시용 현수막은 크레인을 사용하거나 사람이 직접 줄을 타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에도 크레인 크기(1t, 2.5t, 5t)와 사용 횟수(1회, 반일, 1일)로 기준 가격이 세분화돼 있다. 로프 작업을 할 때는 대한건설협회가 정한 시중 노임단가가 적용된다. 정당에서 보전을 요구한 비용이 기준 가격을 넘으면 가차 없이 잘라낸다. 반대로 너무 싸게 적어내도 의심을 산다.

이 때문에 정당과 후보들은 대선 기간 동네 사거리에 내걸었던 펼침막 하나에도 다 ‘사연’을 담아야 한다. 제작업체, 규격, 수량, 비용, 게시 장소와 기간, 크레인 등을 이용한 설치·철거 비용 등을 일일이 증빙해야 한다. 설치할 때 사진이나 동영상도 내야 한다. 후보 이름과 기호가 적힌 어깨띠도 마찬가지다. 실제 사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선거운동원 등이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전국에 수백대가 동원되는 유세차량은 좀 더 꼼꼼하다. 렌트업체, 차종, 차량번호, 운행기간, 최초-최종 주행거리, 유류비, 운전기사 노임, 차량을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찍은 사진까지 내야 한다. 공개연설 자리에서 후보자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손을 흔들기만 하면 되지만, 선거가 끝난 뒤 당은 그날 그 장소에 사용했던 차량 종류와 번호, 운전기사 인적사항, 확성기와 발전기 출력, 이들을 실제 사용하는 사진을 모두 챙겨야 한다.

선거비용 실사반은 책상머리에서 서류 더미만 뒤지지 않는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이 전국의 유세 현장을 직접 채증했는데, 이 채증 자료와 정당이 제출한 자료들을 일일이 대조한다. 또 선거용품 제작업체 등을 직접 방문해 이중견적서나 이중장부 작성 여부를 확인한다. ‘정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거비용은 선거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사를 거친 선거비용은 다음달 18일 각 정당에 지급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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