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치적 목적’ 없다지만
“불법 확인땐 후속 처리” 여지 남겨
MB쪽 “시빗거리 만들지 말라” 불쾌
“불법 확인땐 후속 처리” 여지 남겨
MB쪽 “시빗거리 만들지 말라” 불쾌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사실을 브리핑하며 “아마 전 정부와의 색깔 대립으로 보시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정부 운영 원리의 문제”라며 “정부가 왜 이렇게 성급하게, 조급하게, 졸속으로 이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행했던가에 대해서 확인해보고 싶은 판단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교훈으로 삼기 위한 목적일 뿐, 4대강 사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당시 관련자들을 정치적으로 겨냥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의 ‘후속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여지를 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나 감사의 목적은 아니지만 감사 결과로 확인된 비리·범죄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을 주장하며 “4대강 같은 정책적인 오류에 고의가 개입됐다면 당국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조한 전문가와 지식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지난해 8월 낙동강 하구 방문)고 여러차례 밝혀온 바 있다.
청와대는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가 ‘면피성’에 그쳤다는 시각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수현 수석은 “감사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차례는 이명박 정부 때 이뤄져 국민이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 감사는 건설사의 담합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미 세 차례의 감사에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문제는 물론, 4대강 사업이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까지 밝혀졌다”며 “남은 건 이처럼 타당성 없는 사업을 기획하고 밀어붙인 게 과연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 실행을 주도한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은 물론,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전 대통령 역시 감사의 예외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비서실’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입장문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3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야당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한 전문가 종합평가에서 적법하거나 별문제 없다는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전전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하여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명박계 한 정치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사원, 검찰을 동원해 독하게 조사했는데도 나온 게 없다. 이걸 다시 조사하겠다는 것은 정치보복성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부실감사, 부실수사를 한 감사원과 검찰부터 조사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했다.
이정애 김남일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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