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2일 오후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청와대 직제개편에 따라 신설된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 임명과 휴일 일정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와 민정수석의 업무와 관련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인사수석이나 민정수석께서 직접 오셔서 백그라운드 브리핑(배경 설명)을 할 예정이다. 기다려달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사흘째인 12일, 문 대통령의 하루 일정을 설명하러 청와대 춘추관에 나온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조간 신문에 나온 각종 인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사실 확인 요청에 이렇게 응답했다. 필요하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수석들이 직접 기자들 앞에 나와 사안을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수석들의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던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민정수석의 변화다.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민심을 정확히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업무라지만, 문재인 정부 이전의 민정수석들은 ‘실세 중의 실세’로서 청와대 안에서도 가장 베일에 싸여 있던 존재였다. 대통령 비서실을 관할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리더라도,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을 들어 불출석하는 걸 관례로 삼아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최고 실세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 2015년 말,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 송년회에 ‘반짝 등장’했던 우 수석은 “전화를 못 받아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청와대 재직 기간, 우 수석이 공식적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7월20일, 자신의 처가와 게임업체 넥슨의 강남 지역 빌딩 거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조국 신임 민정수석은 달랐다. 청와대 입성 전 ‘파워 트위터리언’으로 유명했던 그는 임명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면서 가겠다”며 검찰개혁 의지를 국민들에게 알렸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트위터를 접는다”고 밝혔지만, 이날도 ‘조국 모친 웅동학원이 사학재벌? 1년 예산 78만원에 불과’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블로거 ‘아이엠피터’의 글을 공유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간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 수석들은 언론의 전화 취재에도 적극 응대하고 있다. 전날 임명장을 받은 조국 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기자들과 첫인사를 나누며 “전화를 잘 받겠다”는 약속을 거듭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명함이 다 떨어졌다”며, 연락처를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명함을 들어 보이며 전화번호를 찍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수석들의 ‘왕성한 소통’ 활동이 바람직하지만, 자칫 메시지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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