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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조국 주연’ 드라마, 흥행할 수 있을까?

등록 2017-05-12 20:22수정 2017-05-13 18:58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조국 민정수석(맨 왼쪽) 등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조국 민정수석(맨 왼쪽) 등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석진환 사회에디터석 법조팀장 soulfat@hani.co.kr

검찰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의 초반 질주가 매섭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검찰개혁을 끝내겠다”는 조 수석의 말처럼, 검찰개혁은 취임 직후 형성된 국정 동력을 활용해 신속하게 끝내지 못하면 그 후엔 기득권의 저항 탓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9년 전 참여정부에서 조국 수석이 맡은 바로 그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그때 겪은 좌절로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11일, 조 수석에게 ‘세월호 재조사’와 함께 “특검의 국정농단 사건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로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걱정하고,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지시했다. 취임 직후여서 세월호와 국정농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내놓은 대통령의 지시는 큰 파장을 낳았다. 검찰 내부에선 대통령의 주문이 ‘세월호+국정농단’의 교집합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수사를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시간이 필요한 제도개혁에 앞서, 우 전 수석과 연결된 검찰 내 인맥 청산 의지도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여론의 시선은 조 수석에게 급격하게 쏠리는 분위기다. 젊고 개혁적인 교수 출신이 사정 실무를 총괄하게 돼 주목도가 한껏 올라가 있는데다, 전 정부 민정수석과 달리 언론과 격의 없는 통화를 하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외 없이 기사화되고 있다. 조 수석은 12일엔 아예 2014년 불거진 ‘정윤회 문건’ 사건이 국정농단의 출발점이라고 지목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당시 민정수석실의 조사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은폐에 관여했던 민정수석실 직원들과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들을 조사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언론은 또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조 수석은 정부 초반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그런데 뭔가 좀 개운치 않다. 때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할 사안도 있고, 전략도 치밀해야 한다. 12일치 <조선일보>의 3면 기사 큰제목은 ‘민정수석 “검찰 지휘 안 한다” 3시간 뒤…문 대통령 “제대로 수사”’라고 달렸다. 그 아래 ‘대통령·민정수석 엇갈린 발언’이라는 제목을 단 이 기사는 사실 좀 악의적이다. 검찰의 한 고위 인사는 “대통령이 세월호 조사나, 국정농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럼 대통령은 검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대형 참사나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면 대통령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총론적인 수준에서 얼마든지 지시할 수 있다. 민정수석이 ‘검찰 지휘를 안 한다’고 한 것은 개별 사건에 대해 구속을 하라 마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원래 그런 행위는 민정수석의 권한이 아닌 직권남용 범죄일 뿐이다. 대통령과 수석의 말이 엇갈린 게 아니니,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조 수석이 이날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담당 검사 조사” 등을 언급한 대목에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수사 검사들을 감찰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중요 서류는 없고 우 전 수석을 포함해 핵심 인물들은 공직을 떠났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의 조사는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그사이 언론은 끊임없이 조사 결과를 물을 텐데, 성과가 없으면 나중에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으니, 검찰로 넘긴다’고 말하기 민망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은 “국민이 걱정하니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는데, 하루 만에 “민정수석실 조사”로 바뀐 것도 찜찜하다. 대통령의 말이 가진 ‘무게’의 문제다. ‘정윤회 문건’ 사건을 포함해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수사 여론은 대통령도 밝혔듯 민정수석실의 사전 조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비등하고 있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고,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총장은 ‘특임검사’ 등을 임명해 재수사를 하면 될 일이다. 이런 프로세스가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게 청와대 참모의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민정수석은 다음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법무부 장관은 6개월 가까이 공석이고, 검찰총장 인선도 하루가 아쉽다. 진용을 신속히 정비해 권한을 과감히 사용하는 게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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