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9일 밤 서울 여의도 정의당 제2당사 개표상황실에 모인 정의당 당직자들은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10%에 못 미친다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박수로 서로를 격려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밤 9시18분 당사를 찾은 심 후보는 근무 중인 당직자들과 개표상황실에 모인 권영길 고문, 노회찬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간부들, 당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했다. 심 후보는 “없는 살림에 특별당비, 월차 내고 캠페인 하면서 열정과 헌신을 다한 당원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이번 선거는 우리 정의당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 끝난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을 받아안아 또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감사 표시가 5분간 이어지는 동안 당직자들은 “심상정”을 연호했다.
이날 밤 개표 초반까지 나타난 5%대의 심 후보 득표율은 공표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들에서 나타난 7~8%의 지지율에 견주면 낮은 것이다. 정의당은 막판 상승세에 고무돼 ‘10% 득표’까지 공언했으나, 격려가 모두 투표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 보수 후보들의 기세가 오르면서, 문재인-심상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문재인 몰아주기’를 택한 결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성공적인 대선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심 후보는 2002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었던 3.9%의 기록을 깼다. 원내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으로서 존재감이 미약했으나 대선을 통해 ‘작지만 강한 진보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10% 미만 득표로 선거비용 국고보전은 어렵게 됐지만 정의당에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이날 저녁 8시부터 밤 11시30분 현재까지 4000여명으로부터 1억5천만원 넘는 후원금이 답지했다.
노회찬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에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아쉽다”면서도 “득표로 표현되지 않은 성과가 꽤 있다. 거대 정당에 가려져 있던 이 당의 존재를 충분히 제대로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심 후보가) 토론도 제일 잘했고 정책도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정의당이 나아가는 데 큰 원군을 얻은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누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기초의원 11명(전체 2898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인적 자원을 끌어당겨 내년에 돌풍을 일으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새 정부가 ‘공동정부’가 될 가능성이 큰 점은 정의당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내각에 참여함으로써 국정 경험을 쌓고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의 미약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왼쪽에서의 개혁 견인차’를 자임한 정의당은, 심 후보나 노회찬 원내대표 등 유명인만 징발해 가는 ‘자리 받기’가 아니라 정의당의 정책·비전을 국정에 투영하는 가치 중심의 공동정부 구성을 희망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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