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가 마감된 9일 저녁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이뤄지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77.2%를 기록했다.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0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에는 전체 선거인 4247만9710명 가운데 3280만8377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77.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난 4~5일 사전투표 때 선거권을 행사한 유권자 1107만2310명(26.06%)도 포함됐다.
이번 투표율은 2012년 대선 투표율 75.8%보다 1.4%포인트 높았지만 80%의 벽은 넘지 못했다. 앞서 사전투표율이 역대 선거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전체 투표율도 80%대를 넘기며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정작 결과는 그에 미치지는 못했다.
사전투표율이 합산 발표되기 시작한 오후 1시만 해도 55.4%로 20012년(45.3%) 같은 시각보다 10.1%포인트나 높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오후 5시 투표율은 70.1%로 2012년 같은 시간대 투표율과 같아졌고, 그 뒤로 한때 되레 낮아지기도 했다.
애초 적극적 투표의사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사전투표에 참가한데다, 주요 후보들 사이에 날카로운 보혁 구도나 지역색이 이전보다 옅어진 점, 부동층의 기권 심리, 이날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은 지난 20년새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투표율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게이트로 거센 촛불 민심이 불타오르고, 12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과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파면) 결정까지 숨가쁘게 이어진 정국 격변 속에서 정권 교체의 열망이 투표 열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가 도입된 점도 투표율 반등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선 투표율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 1992년과 1997년까지 연속 3차례 80%를 넘겼다. 그러나 2002년 대선(70.8%)과 2007년 대선(63%) 때 투표율이 급락했다가 2012년에 75.8%로 회복했지만 이번 선거까지 내리 네 차례 투표율이 80%를 넘기지는 못했다.
한편 선관위의 사전투표 분석을 보면, 징검다리 연휴기간인 4~5일에 치러진 사전투표는 20대(19~29살)가 전체 참여자의 23.9%를 차지해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선거 민심의 주축이자 가장 많은 유권자가 몰린 50대(19.7%)와 40대(18.7%)도 전체 사전투표자 5명 중 1명꼴이었다. 반면 연령대별 투표율이 높은 60대와 70살 이상은 각각 12.2%와 8%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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