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 자체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선거법은 ‘후보자’ 직접 조사 공표 금지
여연, “당 지시 조사 발표 가능한가” 문의
선관위 ‘불가능’ 답변에 ‘자체조사’라며 발표
선거법은 ‘후보자’ 직접 조사 공표 금지
여연, “당 지시 조사 발표 가능한가” 문의
선관위 ‘불가능’ 답변에 ‘자체조사’라며 발표
자유한국당 소속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이 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주요 선거에서 판세 분석을 위한 자체 여론조사를 해온 여연이 그 결과를 외부에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당 쪽은 “여연은 자유한국당 부설기관으로 현혹되면 안 된다”며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여연이 지난 1~2일 자체 조사한 결과 대선후보 지지율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39.4%, 홍 후보 24.9%,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0.1%, 정의당 심상정 후보 6.4%,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4.5%,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 0.8% 순이었다. 오차범위(±2.1%) 밖에 걸치며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는 결과다.
같은 시기에 이뤄진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과는 비슷하거나 다소 엇갈린다. 이날 나온 <기독교방송>(CBS)-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42.4%, 홍·안 후보 18.6%, 심 후보 7.3%, 유 후보 4.9%로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문 후보 38%, 안 후보 20%, 홍 후보 16%, 심 후보 8%, 유 후보 6%였다. 여연의 조사결과는 1위 문 후보와 2위 후보와의 격차가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에 견줘 좁다. 홍 후보가 상승세이긴 하지만 안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여연 조사가 유일하다.(각각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여연의 대선 관심분야 조사에서도 국가안보가 28.2%로 가장 많이 나왔고, 그 다음이 공정사회·격차해소 25.1%, 일자리·성장 19.2%, 정치개혁 9.6%, 복지·교육·문화 9.2% 순이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오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후보자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공표·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부설기관인 여의도연구원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분리해서 보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여연은 지난달 27일 중앙선관위에 △자유한국당 산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이 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 주체인 정당에 포함되는지 △여의도연구원장 지시 또는 정당 당직자 지시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공표·보도가 가능한지 △여연 예산 또는 자유한국당 예산을 지원받은 경우 공표·보도가 가능한지 등을 질의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정책연구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정당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정당이 의뢰 또는 지시해 정책연구소가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는 그 결과를 공표·보도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중앙선관위 쪽은 ‘자유한국당의 지시로 여론조사가 실시됐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여의도연구원 쪽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소 등은 이제까지 자체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전례가 없다. 국민의당 쪽은 발끈했다. 박지원 대표는 에스엔에스에 “여론조사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여의도연구원은 자유한국당 부설기관”이라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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