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한국방송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9일 밤, 한국방송(KBS) 주최로 열린 19대 대통령 선거 토론회는 후보들이 질문과 답변을 합쳐 각자 9분 동안 발언할 수 있는 ‘총량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끼리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와중에 다른 후보가 끼어들어 발언할 수 있는 ‘난상토론’ 형식이었다.
가장 많이 질문이 몰린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적’ 개념 등을 놓고 마치 ‘사상검증’ 과도 같이 명확한 찬반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들을 거듭했다. 사드 말바꾸기 논란이 이어지자 문 후보는 “사드 문제는 저한테만 묻지 말고 다른 분(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하시라”고 슬쩍 넘기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가 김대중정권 시절 대북송금의 ‘불법성’을 물고 늘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나서 “대북송금이 몇 년 지난 얘기냐. 매 선거 때마다 아직도 우려먹나. 국민들이 실망한다”며 논쟁을 일거에 정리했다.
홍 후보는 ‘사드-대북정책-박지원 상왕론’을 연계시키며 “사드 배치 당론을 변경하려면 박지원 당 대표는 내보내야 한다. 박 대표는 대북송금으로 감방 갔다 왔는데 친북인사인 거 다 안다.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이 대북정책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시이오(CEO) 출신이라고 독단적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박지원 상왕론’이 나온다. 네거티브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홍 후보가 하는 말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바지사장’이라는 말과 같다”고 맞받았다.
최근 “하늘이 정해놓은 것인데 여자가 하는 일(설거지)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던 홍 후보에겐 “너무나 심한 여성 비하”(안 후보), “빨래 안 하고 설거지 안 하면 그게 스트롱맨인가”(유 후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홍 후보는 “웃으라고 한 소리”라며 넘어가려 했지만 심 후보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홍 후보는 결국 “말이 잘못됐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해야 했다.
김태규 엄지원 기자 dokbul@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