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21일 검찰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실한 조사 협조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당부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0일, 자유한국당은 이번 소환이 대선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여론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21일 검찰 소환 때는) 본인의 솔직한 심정과 함께 탄핵을 계기로 새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사법적으로 잘못한 게 있으면 떳떳하게 심판받겠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용기있게 보이고 국민들도 존경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핵 불복 논란으로 당에 큰 부담을 안겼던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귀가 발언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삼성동 비서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친박계 의원들의 행보도 신중해졌다. 윤상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1일 검찰청사가 있는) 서초동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검찰·특검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던 박 전 대통령이 이번엔 출석하기로 태도를 바꾼 데 대해 윤 의원은 “대통령으로 있을 때는 헌법의 형사불소추 특권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이제는 자연인 신분이기 때문에 헌법과 무관하다. 담담히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김진태·조원진 의원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이 사건에 숨겨진 진정한 진실은 역사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인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서 차디찬 집으로 돌아갔으면 됐지, 구속까지 돼야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김 의원 등이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들을 계속 쏟아낼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미 탄핵됐기 때문에 설령 구속이 되더라도 그 충격은 크지 않겠지만 ‘태극기부대’를 등에 업은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책임당원(70%)과 일반국민(30%)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홍준표 경남지사 등 4명이 본경선에 진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안상수·원유철 의원이 탈락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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