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두손을 들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 한달여 전에 후보직을 사퇴했던 2012년에 이어 19일 두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일성은 “공정·자유·책임·평화·미래의 다섯 가지 가치를 수호하겠다”였다. 5~6년 전의 ‘안철수 현상’도, 높은 지지율도 없이 조기 대선을 마주한 안 전 대표는 이번엔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자산과 정책만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됐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라는 구호를 내걸고 연 대선 출정식에,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소개를 받으며 등장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후보는 5년 전 국민의 부르심을 받아 정치를 시작해 지금까지 변함없는 마음으로 새로운 정치를 위해 달려오며 많은 것을 배우고 더욱 강하게 단련됐다”며 “모든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우리나라가 처한 이 큰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안철수 후보가 선공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안 전 대표는 지지자 500여명의 환호 속에 “오늘 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반드시 당선되겠다”고 외쳤다. 안 전 대표는 먼저 “돈과 ‘빽’이 실력을 이기는 사회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한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된 ‘블랙리스트’의 폐단을 언급하며 “자유의 가치를 드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책임지는 정치를 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잘 대처한 모델 국가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를 내세웠던 안 전 대표는 그동안 새정치연합 창당, 민주당과의 합당,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까지 정치적 행보에 ‘격변’을 겪었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2015년 12월13일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4개월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38석의 의석과 26.7%의 정당지지율을 얻으며 대선 출마를 향한 자체 행보에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단 30%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1등 대선주자 문 전 대표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지지율에 멈춰 있고, 국민의당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 민심도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2012년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진 가운데, 민주당에서 나온 호남 의원들이 국민의당의 주요 축을 이루면서 안 전 대표의 장점이었던 ‘새 정치’ 이미지도 많이 퇴색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후보에 맞서 중도·보수 표를 끌어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비롯해 여러 ‘제3지대’ 주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몇달째 10% 안팎에 그치면서 당내에서조차 ‘반문재인 연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누군가를 반대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말해, 연대론을 주장하는 당내 경쟁자인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차별화했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시작될 경선에서 ‘조직’의 힘을 내세우고 있는 손학규·박주선 예비후보를 꺾는 게 안 전 대표의 1차 과제다.
안 전 대표 쪽 관계자는 “예상대로 문재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안철수 대 문재인’의 양자대결로 상황이 정리되면서 승산있는 대결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황교안 총리의 불출마도 안 전 대표 쪽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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