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20일 경남도지사 취임식 때 홍준표 지사 모습. 사진 경남도 제공
“재판을 받는 분이 대선후보로 출마한다? 제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된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17일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재판중 출마’를 거듭 공격했다. 유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로 감옥에 갔다오거나 재판을 받는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품격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곧바로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정두언 전 의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광재 강원지사도 3심을 앞두고 지사가 됐다가 결국 유죄가 나와서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홍 지사를 비판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 전 지사는, 이듬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6·2 지방선거에 출마해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며 당선 7개월 만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내 사건은 법률적 쟁점이 하나도 없다”고 강조한다. 홍 지사 캠프는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며 무죄 선고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죄 장담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홍 지사 쪽이 돈을 전달한 인사를 거듭 접촉해 ‘배달사고’로 위장하자며 무마하려한 사실들을 재판부가 별다른 판단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대법원이 이런 사실관계를 무시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재판 중 출마했다가 당선 뒤 대법원 유죄판결로 직을 상실한 경우라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재판 흐름에 따라 출마·불출마를 결정한 사례다. 한 전 총리는 2009년 12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1차)됐지만 이듬해 4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6·2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낙선 직후 또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2차)된 한 전 총리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민주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재판을 이유로 불출마했다. 한 전 총리는 이후 1차 사건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차 사건은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이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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