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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탄핵 뒤 과제, 사드·북핵위기 해소·적폐 청산 급선무”

등록 2017-03-12 23:39수정 2017-03-13 21:46

한겨레 대선 정책자문단 제언

끝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탄핵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한겨레>가 ‘2017 대선 정책자문단’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탄핵 이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화두로 외교안보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이들이 많았다. 당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도 심각한 탓이다. 적폐 청산을 급선무로 꼽는 의견도 많았다. 오랜 시간 누적된 검찰·재벌·국정원·언론의 문제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터져나왔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 이후 한국 사회는 개혁과 통합을 아울러 나가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했다. <한겨레>의 ‘2017 대선 정책자문단’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 안보 문제와 적폐 청산, 정치 개혁, 양극화 해결 등을 시급한 숙제로 꼽았다. 사진은 ‘당신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제목으로 20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문화 공연을 즐기며 들어 올린 촛불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통령 박근혜 탄핵’ 이후 한국 사회는 개혁과 통합을 아울러 나가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했다. <한겨레>의 ‘2017 대선 정책자문단’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 안보 문제와 적폐 청산, 정치 개혁, 양극화 해결 등을 시급한 숙제로 꼽았다. 사진은 ‘당신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제목으로 20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문화 공연을 즐기며 들어 올린 촛불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외교안보

‘안보=보수’ 접근방식부터 깨야

안보 담론, 시민안전으로 확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힘써야

현재 한국사회 앞에 놓인 가장 가시적인 위기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상징한다. <한겨레> ‘2017 대선 정책자문단’ 39명 중 19명이 ‘탄핵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 두 가지’에 외교·안보 문제를 포함시켰다.

이들은 통일·외교·안보 문제의 재해석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안보는 보수라는 정치공학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보 문제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구태와 악습을 버려야 한다”고 했고,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접근법은 무사안일하고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대안은 ‘민주적 재해석’이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생활을 좌우하는 가치다. 기존 안보·국방 담론을 극복하고 인간 안보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태호 위원장은 “당면한 위협과 시급한 안보를,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통일·외교·안보 분야도 정책결정 과정을 민주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텀업(아래에서 위로) 방안을 추구해야 숙의민주주의가 정착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편협하고 비전 없고 현상유지적인 직업외교관들에게만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걸린 외교를 맡겨서는 안 된다. 사회 지식층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문단은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김연철 교수는 “정치권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위원장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인 중견국가로서,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해양과 대륙을 잇는 한반도 국가로서 새로운 평화적·협력적 역할과 정체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남북교류의 지속적 협력 토대를 구축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우리 스스로 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이창곤 기자 nowhere@hani.co.kr

적폐청산

‘정권 친위대’ 검찰·국정원 수술

권력 입맛 맞춘 편파수사 검찰

민간인 사찰 국정원 뜯어고쳐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촛불민심은 적폐 청산의 구호를 높이 외쳤다. <한겨레> ‘2017 대선 정책자문단’ 39명 중 14명이 ‘탄핵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 두 가지’에 적폐 청산을 지목했다.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혁규 청주교대 교수는 “민간인·정치 사찰을 일삼는 국정원 개혁과 기소독점권을 갖고 권력 입맛에 맞는 편파 수사를 해온 검찰 등 사정기구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하다시피 한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미덕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검찰만이라도 공익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어도 나라꼴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대통령 탄핵은 시작일 뿐,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시민들은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적폐가 국민들의 일상적 삶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 의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자문단은 재벌 개혁도 촉구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재벌 개혁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재벌독과점, 편법승계 등을 개혁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창업체계를 활성화해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도 적폐 청산의 대상에 포함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이 정권과 자본에 유착되어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며 “이런 언론이 판을 칠 때 국가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반대로 제대로 된 언론이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준행 인디스트릿 개발자는 “적폐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언론 정상화가 절실하다. 해직 언론노동자들도 일터로 돌아와야 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최원형 기자 nowhere@hani.co.kr

정치개혁

‘제왕적 대통령’ 권한 나눌 개혁 필요

개헌 통해 권력 사적 남용 차단

선거제도 개편 정책경쟁 유도

<한겨레> 대선 정책자문단이 꼽은 정치개혁 의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수렴됐다. 각각 8명의 자문위원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개혁 과제로 꼽았다(4명은 중복).

우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드러난 권력의 사적 남용을 막고, 민의 수렴이란 정치의 본령을 회복하려면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을 의회와 지방정부로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개헌을 통한 통치구조 개혁을 중심으로 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작업이 시급하다. 특히 타협을 통한 협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되도록 대선주자와 각 정당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대표도 “가장 시급한 게 의회의 정부 견제 및 감시 권한 강화”라며 “상시청문회를 제도화하고 행정부의 법령에 대한 제어 권한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대선 전 개헌이 어렵더라도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이 이를 선거공약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집권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을 위해선 선거제도를 개편해 정치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정당의 책임정치와 정책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김문민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현행 단순다수대표-소선거구제로는 국민 의사가 정치권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며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과 일치시키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이 기회에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광수 기자 monad@hani.co.kr

사회개혁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 풀어야

소득증대·일자리 실질대책 내고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 혁신을

<한겨레> 대선 정책자문단이 제안한 사회 개혁의 세가지 열쇳말은 ‘양극화 해소’(13명)와 ‘돌봄사회 정착’(4명), ‘교육 개혁’(4명)이었다. 세 가지 키워드 모두 ‘불평등’(경제·교육·성별 불평등) 의제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인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 증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소득분배율 제고와 공정한 노사관계 정착 등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누진적 보편 증세”를 제안했다. 윤 교수는 “만약 이번 대선에서 증세를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차기 정권에선 증세를 실현하기도 어렵고, 결과적으로 양극화 치유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세 등 민감한 정책을 관철시킬 해법으로 적잖은 전문가들이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보장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조세정의를 위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조세개혁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돌봄노동 분담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문민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모든 사람이 돌봄에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노동시간 단축과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를 서두르자”고 제안했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최영준 연세대 교수가 “대학에서 다양한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육과정의 대대적 개편”을,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에 대비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력이 배출되도록 대학교육과 초중등교육의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이세영 곽정수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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