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종인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탈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1월14일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로 민주당에 들어온 지 13개월여 만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조만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8일)쯤 탈당계를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탈당의 공식적인 이유로 “4·13 총선을 치르면서 국민에게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직 자체에 아무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다. (비례대표 의원이라) 당을 떠나면 자동으로 의원직이 버려지니 탈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고, 국민이 반으로 딱 나뉘어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통합을 위해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탈당하는 진짜 이유는 경제민주화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세론’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내에서 할 수 있는 정치적 역할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문 전 대표와 사이가 틀어진 그는 그동안 문 전 대표 외에 다른 대선주자에게서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촛불 정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급등하던 지난해 12월엔 “이 시장이 앞으로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가, 안희정 충남지사가 치고 올라오던 2월 초엔 안 지사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또 김 전 대표는 줄곧 탈당설을 흘리며 몸값 높이기도 시도해왔다. 지난 2월7일 <한겨레> 인터뷰에선 “내가 무슨 탈당을 한다는 건가. 내가 정치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또 모르겠다”고 밝혔다가, 사흘 뒤인 10일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탈당 안 한다고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당을 선언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으로부터 ‘광폭 러브콜’을 받았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조만간 결단을 내려 우리 국민의당과 함께 중도개혁세력의 정권교체를 위해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고 했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자유한국당은 김종인 의원과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지하고 대선 전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 같다”고 말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김 전 대표가 개헌이 중요한 문제라 생각해 탈당하는 것이고, 그 문제는 바른정당과 공통된 고민이기 때문에 같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당장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조찬 회동을 갖기도 했으나, 회동 뒤 기자들에게 “어디 당으로 들어가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며 개헌 등을 매개로 한 ‘반문재인 연대’에 나서거나 ‘3년 임기단축 대통령’ 개헌 카드를 앞세워 스스로 ‘킹’(독자 출마)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김 전 대표가 최근 지인들에게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탈당이 현재 선거구도에 큰 영향력을 끼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에서 그를 따라 동반 탈당할 의원이 별로 없는 데다 수많은 군소 대선주자들의 이해를 하나로 조정하기도 어렵다. 또 현재 민심의 요구는 정계개편보다는 정권교체이기 때문에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더욱이 ‘경제민주화’란 보따리를 들고 민주정의당(민정당)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옮겨 다닌 전력도 그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애 최혜정 이경미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