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에 험담
“안희정, 실형 산 사람” 싸잡아 독설
민주 “노이즈마케팅도 정도가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한겨레 자료사진.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를 싸잡아 ‘독설’을 퍼부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을 향해선 ‘사자(死者) 명예훼손’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 대선 출마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라고 묻자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가리켜 “바로 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깜이 안 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 2009년 5월 봉하마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뇌물 먹고 자살”이라고 표현하는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홍 지사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서도 “2등 하는 사람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라고 했다. 안 지사는 2003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년간 복역했으며, 지난 22일 관훈토론에서 “사적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았지만 저의 잘못이다. 국민에 의해 일정 정도 정치적 사면복권을 받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어 “그런 사람들이 ‘법률심’인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것을 내게 시비 걸 수 있겠나. 내 사건은 법률적 쟁점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택도 없는 질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홍 지사의 이런 발언을 두고 민주당은 “노이즈 마케팅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라며 반발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부당한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잊은 홍 지사의 막말에 할 말을 잊게 된다”며 “인두겁을 썼다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새롭게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분의 인품이 고작 이런 수준이라니 참담하기 그지 없다”며 “홍 지사는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전에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자신의 인격부터 다시 수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 쪽은 홍 지사의 발언을 대응할 가치도 없는 정치적 막말 선동이라고 보고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캠프 쪽은 “(홍 지사의 발언은)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례이며, 국민 정서에도 반하는 막말로 도가 지나쳤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홍 지사는 또 ‘지지율이 낮다’는 지적에 “지금은 좌파 광풍 시대다. 여론조사는 광적인 지지계층만 대답하는 여론조사”라며 대선 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지금 여론조사라는 것은, 국민의 97∼98%가 응하지 않는다. 대면 여론조사 응답률도 10% 내외”라며 “지금의 여론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각 진영의 후보가 세팅된 뒤에 할 때 여론조사가 의미 있다. 지금은 경향성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철 이정애 기자 nowher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