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민의정부·참여정부 장·차관 출신들이 대거 참여하는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를 공개했다. 문 전 대표는 본격적 대선 경쟁을 앞두고 ‘통합형’ 경선 캠프를 꾸리는 한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각 분야 전문가 지지모임 ‘더불어포럼’ 등 외곽조직을 잇달아 공개하며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날 공개된 ‘10년의 힘 위원회’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과거 ‘민주정부 10년’을 이끌었던 고위직들이 함께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등 자문단 37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조만간 발표할 2차 명단까지 합치면 60여명이 ‘10년의 힘’에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전 대표 쪽은 국정 경험이 있는 이들 전문가를 경제·사회 분야로 나눈 뒤 다시 각 분야별로 3개의 소그룹에 배치해 국정운영 전략과 정책을 조언받을 예정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문단 출범식에서 “문 전 대표가 청와대에 입항하는 데 도선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이영탁 전 실장은 “훌륭한 역사를 낳는 지도자가 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이처럼 매머드급 자문단을 띄운 것은 조기 대선에 따른 국정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들에게 정권교체 이후 국정이 순항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이다. 문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일뿐만 아니라 인수위라는 과정이 없다. 잘 준비돼 있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실패할 것”이라며 “10년의 힘이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3기 민주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표는 ‘10년의 힘’ 외에도 이미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는 경선 캠프를 공개했고, 전문가 900여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싱크탱크 ‘국민성장’도 일찌감치 출범시켰다. 사회 각계 인사들의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에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상임고문 담당)과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등 23명이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포럼은 문화예술·민생경제·사회복지·보육·교육·보건의료·장애인·인권·안보·외교·정보통신기술(IT)·금융·법조·체육·종교 등 각 분야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파생 조직만도 200개가 넘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전 대표 쪽 관계자는 “각종 협회나 단체 등 추가로 지지그룹을 공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조직 확대, 인재 영입 작업을 누가 관장하고 있는지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져 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 전직 의원은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지지모임) 조직을 준비해왔다”고만 말했다. 문 전 대표 쪽이 이런 대규모 외곽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는 데 대해, 다른 대선주자 캠프 쪽에선 “대세론으로 우리 사회의 인력 풀을 다 빨아들여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당내 경쟁 후보의 한 캠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조직 확장에 나섰다가 대선 이후 논공행상 논란에 휘말리면 어쩌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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