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 반응
문재인 “안타깝다” 반 지지층 끌어안기
안철수 “내가 문재인 꺾을 적임자”
이재명 “알토란 같은 제가 이길 것”
안희정 “충청민심 선택지 분명해져”
문재인 “안타깝다” 반 지지층 끌어안기
안철수 “내가 문재인 꺾을 적임자”
이재명 “알토란 같은 제가 이길 것”
안희정 “충청민심 선택지 분명해져”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야권 대선주자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사퇴할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공중에 뜨게 된 ‘10%+알파’의 표심을 끌어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토론회가 끝난 뒤 반 전 사무총장의 불출마 소식을 전해 듣고 “좋은 경쟁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길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교 문제와 관련해선 “(집권 시)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문과 협력을 구하기도 하고, 그분의 경륜이 국가에 기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쪽에선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이미 굳어진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짓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에게 쏠려 있던 ‘보수’ 표심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범여권 후보에게 분산될 것”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예상보다 빨리 ‘정권교체 대 정권연장’의 프레임을 허물어뜨리면서, 민주당 내 경선 판도 변화는 물론 정치권 내 ‘제3지대’ 움직임에 새로운 추동력을 주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상수’가 되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자신의 성향에 따라 ‘선명성’이나 ‘포용력’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도보수를 끌어안는 안정적 행보를 강조하며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쪽에선 “반기문이냐 안희정이냐로 고민했던 충청 표심의 선택지가 명확해졌으니 우리에게 유리해진 게 사실”이라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는 반 전 총장에게 기대를 걸었던 충청민심을 의식해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원로로서 더 큰 기여를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는 짧은 메시지만 내놨다.
선명한 진보를 내건 이재명 성남시장 쪽은 반 전 총장 지지 표심 흡수를 크게 기대하진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작지만 알토란 같은 이재명이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것이란 제 예측도 맞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의 출마 포기 가능성을 주장해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알려지자 “정당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큰 어른으로서 어떤 정치세력과도 관계없이 국가를 위해서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이 ‘안철수-문재인 양자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길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구를 찾은 안 전 대표는 “문재인보다 젊고, 개혁적이고, 정직하고, 신세진 것 없어 깨끗하고, 돌파력이 있고, 책임져왔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정권교체 성격이 분명한 사람만이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데 제가 그 적임자”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쪽은 반 전 총장의 주요 기반인 중도·보수층의 표심 일부를 ‘보수 확장성’이 큰 안 전 대표가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야-야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권교체 프레임’이 사라져, ‘친문재인’을 제외한 중도 세력이 안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지금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안 전 대표뿐”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이세영 기자, 대구/송경화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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